[박민재의 항공칼럼] V-12의 실패와 U-2의 성공이 차세대 교통수단에 주는 메시지

자동차의 등장은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도시화와 함께 자동차 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교통사고 증가, 자동차 사용으로 배출되는 배기가스 또, 이로 인한 대기오염 그리고, 교통체증 등  자동차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며 자동차를 대체할 새로운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함과 함께 지금의 자동차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로는 자율주행 자동차, 도심 아래를 지나가는 자동차 터널, PAV(미래형 개인용 항공기) 등이 있다. 이 기술들은 대부분 전에는 상상만 하던 혁신적인 기술들이며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모두 성공할 수 는 없을 것이며 분명 어떠한 기술은 실패하게 될 것 이다.  그렇다면 차세대 교통수단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V-12의 실패와 U-2의 성공 사례는 이를 알기 위한 하나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1960년대 냉전이 절정에 다다르며 미국과 소련 간의 군사적 분쟁은 매우 심화되었다.  양국은 폭발적인 군비 증강과  활발한 연구 및 개발을 통하여 초음속 항공기, 군사 위성, 성층권을 비행하는 항공기 등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무기와 장비들을 개발하였다. 이중 각국에 가장 위협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무기는 단연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엄청난 위력이 검증된 핵무기와 핵탄두를 장착한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이었다.  한번 발사 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ICBM으로부터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사일이 접근 시 지상 목표물에 충돌하기 이전에 이를 요격하는 요격 시스템과 발사 시 이를 감지하고 즉각 알릴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했다.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양국은 다양한 정보 수집 활동을 통해 상대국의 ICBM 기지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에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의 ICBM 기지를 찾고 자국의 ICBM 기지 위치를 숨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이과정에서 탄생한 소련의 V-12와 미국의 U-2 정찰기는 각각 자국의 ICBM 기지를 숨기는 역할과 타국의 ICBM 기지를 찾는 역할을 수행한 항공기들로 개발 목적과 시기는 거의 비슷했으나 서로 반대되는 결말을 맞이하였다.1

 

 

1950년대 냉전이 본격화됨과 함께  서방에서는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다양한 정찰기를 활용하여 소련의 군사시설에 대한 감시를 늘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소련이 강력한 방공망을 구축하자 미국의 대소련 정찰 임무가 매우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에 CIA는 소련의 방공망을 피해 고고도를 비행하며 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한 정찰기를 요구하게 되고 이에 따라 1955년 록히드마틴의 U-2가 개발되고  1957년 실전 배치되게 된다. U-2는 소련방공망의 최대 고도였던 20KM를 가볍게 넘는 27.4KM에 다다르는 매우 높은 최대 고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소련의 강력한 방공망을 피해 소련 영공을 자유롭게 누비며 정찰이 가능했다.2 

 

 

소련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자신들을 감시하는 U-2가 당연히 달가울 리는 없었다. 1960년대 소련의 ICBM 기지는 소련의 넓은 황무지 속에 감추어져 있었지만 매우 무거운 ICBM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였고 이는 U-2로부터 소련의 ICBM 기지를 감추는데 매우 큰 문제점이 되었다. 철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소련의 ICBM 기지를 찾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소련은 공항, 도로, 철도 등 들키기 쉬운 교통시설과 떨어져서 운용될 수 있는 소형 ICBM 기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소련은 이를 위해 25t의 경량화, 소형화된 ICBM을 개발하고 이를 헬리콥터로 운반한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이 계획은 그 당시 기술로는 당시 가장 발전된 헬리콥터 기술을 가지고 있던 소련에도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러 고민을 하던 소련의 항공 엔지니어들은 이 거대한 항공기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기체를 활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 항공기를 활용하여 개발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대형 헬리콥터인 MI6를 활용하여 V-12의 개발이 시작되게 된다.3

 

 

V-12는 가장 먼저 26t에 달하는 거대한 ICBM을 옮기기 위해서 매우 큰 동체와 강력한 추력이 필요했다. 이에 엔지니어들은 먼저 MI6의 동체를 확대하고 새로운 엔진 개발을 시도했으나 이는 쉽지 않았고 MI6에 장착된 엔진을 재사용하여 두 개의 로터를 가진 항공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두 개의 로터를 동체의 앞뒤에 나란히 배치했던 미국의  CH-47과 달리 V-12는 항공기 동체 위에 2개의 로터를 오른쪽, 왼쪽 각각 하나씩 가로로 배치했고 두 개의 로터를 서로 반대로 회전 시켜 토크를 상쇄시킴으로써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V-12는 44t의 화물 또는 약 20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수송력을 보이며 지금도 일부가 깨지지 않고 있는 8개의 세계신기록을 수집하는 등 헬리콥터로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한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당시 막대한 장비와 인력을 소련 내 어디든지 이동시킬 수 있었던 V-12를 통해 설치되는 소형 ICBM 기지를 U-2를 활용해 소련의 1,200만 평방 KM가 넘는 거대한 숲속에서  찾아내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이는 미국에 거대한 안보위협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U-2와 V-12의 운명은 이때부터 엇갈리게 된다.4

 

 

V-12는 의심의 여지 없이 획기적이고 강력한 성능을 가진 항공기였다. 하지만 1959년 시작한 V-12의 성공적인 첫 비행은 여러 기술적 문제로 인해 개발 10년 차인 1968년에 와서야 가능했고 이때는 이미 1959년 미국이 기존의 U-2 정찰기보다 훨씬 많은 정보 수집이 가능한 첫 정찰위성을 시작으로 여러 군사위성을 운용하여 소련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고 소련 또한 1970년대 차량에 탑재 가능한 소형 ICBM을 개발하여 언제든지 들킬 수 있는 고정형 ICBM 기지보다  이동 가능한 소형 ICBM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며 V-12의 필요성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때였다. 결국 세계 최대 헬리콥터 중 하나였던 V-12는 1974년 프로토타입 2기 생산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오랜 개발 기간으로 필요성이 사라지며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한 V-12와 달리 U-2는 살아남게 되었다. U-2 또한 V-12가 실패하게 한 같은 요인으로 인하여 필요성이 낮아졌고 마하 3에 달하는 초음속 정찰기인 SR-71으로 대체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U-2에는 다른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는 성능이 있었다. 그것은 20KM가 넘는 압도적인 운용 고도였다. 다른 항공기 대비 확실한 장점이 있었던 U-2는 군사위성의 발전, 대체기 SR-71이 등장함에도 살아남았고 대체기로 개발된 SR-71이 모두 퇴역한 지금도 미 공군에서 정찰기로, 나사에서 ER-2라는 지구 탐사용 항공기로 운용되며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5

 

 

두 항공기는 비록 개발 목적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 ICBM이라는 공통 주제,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개발이었으며 지금 관점에서 보아도 놀라운 항공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U-2는 성공하며 오늘날까지도 활발히 운용되고 있는 한편 V-12는 제대로 날아보지도 프로토타입이 못한 체 실패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두 항공기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시장의 상황과 요구를 파악하는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V-12가 이동형 ICBM의 개발 등 시장에 변화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초기의 목적인 헬기로의 ICBM 운반을 위한 항공기로서의 목적을 유지하며 설계된 반면, U-2는 항공기의 특성을 살린다면 충분히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고 시장의 요구가 변화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량, 개조를 거듭하였다.  이후 V-12는 이동형 ICBM에 밀려 실패하고 U-2는 군사위성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개조, 개량을 통해 다목적으로 이용되며 살아남았다. V-12와 U-2의 실패와 성공은 비슷한 관점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요구하는 기술력의 수준이 높은 차세대 교통수단 경쟁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교통수단이 되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는 기술들은 대부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고 그렇기에 실생활에 안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하나의 교통수단이 시장에 나타나기도 이전에 다른 차세대 교통수단이나 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시장의 동향과 요구에 대해 빠르게 파악하고, 미래의 수요에 대해 예측하고 이를 고려한 개발을 하는 것이 차세대 교통수단으로써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유도탄방어
2.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Lockheed_U-2
3.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Mil_V-12
4.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Mil_V-12, https://ko.wikipedia.org/wiki/러시아#자연

5.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Lockheed_U-2, https://en.wikipedia.org/wiki/Mil_V-12,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80278&cid=59087&categoryId=59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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