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기부도 똑똑하게

 

 

우리 주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국내의 소외계층에서부터 전 세계의 빈곤층, 사회적 약자들까지. 이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필요한 것이 경제적 도움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하는 데 필요한 비용 자체를 지원하거나,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 사기 힘든 식료품이나 필수용품들을 살 돈을 기부할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빈곤층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기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전염병은 약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상당수의 사람이 각종 단체를 통해 세계 각지의 빈곤층, 우리나라의 소외 계층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했다.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초록우산, 유니세프, 기아대책 등의 자선단체들이 기부금을 모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있다. 이 단체들 외에도 사회의 다양한 약자들을 위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자선단체들이 많으며, 각각 기부금을 받아 사회 각 소외계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 19가 심각해지자 연예인들은 자선단체들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았고, 각종 챌린지를 통해 선행 릴레이가 미디어에 빈번하게 보도되었다. 이런 따뜻한 모습을 보며 아직 많은 사람이 빈곤층과 소외계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은 더 따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 기부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매일 ‘A가 B 단체에 기부를 했다’는 형식의 기사를 접하면서, 과연 각각의 단체들이 기부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기부금 횡령 등과 관련해 이슈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기에 기부가 ‘어떤 단체에 돈을 내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체가 어떤 단체이고,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비용 대비 얼마만큼의 효율을 내는지도 충분히 생각하고 ‘똑똑한 기부’를 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 자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상가가 피터 싱어이다. 그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주장하는데, 이는 간단히 말해 일상생활에서 지출되는 불필요한 금액을 줄여 효율적인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피터 싱어는 자선에 대한 ‘내 기부가 효과가 있을까?’ ‘자선에 얼마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할까?’, ‘자선단체는 실효성이 있을까?’, ‘기부는 부담스럽지 않은가?’라는 4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데, 그중 3번째, ‘자선단체는 실효성이 있는가?’이라는 질문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부의 의미는 돈을 내는 것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어떤 단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며 실효성 있는 단체를 찾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한다.1

 

“맹인견과 제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시각 장애인을 교육하는 데는 약 40,000 달러가 소요됩니다. 개발도상국에서 트라코마로 시력을 잃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20~$50이 소요되고요. 미국의 시각 장애인 한 명에게 맹인견을 제공할 수도 있고, 400명에서 2,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앞을 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편이 나은지는 분명하다고 봅니다.”2

 

피터 싱어가 말한 것과 같이 기부금의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것 외에도, 기부금을 정직하게 사용하는 제대로 된 자선 단체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기부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 금액을 단체의 목적에 충실하게, 횡령 없이 정직하게 사용한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희망씨앗’이라는 단체는 2014년부터 4년간 4만 9000여명으로부터 128억 원을 모금하여 2억 원만을 기부에 사용하여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3 뿐만 아니라 각종 유명 자선단체에서도 비리 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부를 하는 단체가 어떤 곳인지 철저하게 알아보는 태도가 기부금의 효율적 사용 점검에 앞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자선단체 관리에서 여러 구조적, 제도적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비리를 알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적절한 창구가 없으며, 서류를 조작하더라도 알아내기 어렵다. 또한 자선단체를 검증하는 기관 및 단체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관청의 관리 시스템도 단체 설립 후 사후 관리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체의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부를 멈춘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더욱더 소외될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노력과 사회 제도 및 구조의 개선을 통해, 똑똑한 기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선단체를 검증하는 웹사이트 등을 이용해, 자신이 기부하려는 단체의 투명성과 기부의 효율성을 검증하고 제대로 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피터 싱어는 효율적인 자선단체를 찾기 위한 웹사이트로 ‘기브웰(Give Well)’과 ‘어겐스트 말라리아’ 등의 검증 단체를 제시한다.4 이외에도 자선단체의 효율성을 검증하는 여러 가지 수단을 알아보고, 적절하게 이용하여 똑똑한 기부를 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내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면 기부가 가지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특히 허위 자선단체가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미국, 영국 등은 자선단체를 검증하는 국가 시스템, 사회 시스템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자선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관심조차 크지 않아 보인다. 기부와 자선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허점을 보완할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5

 

기부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머리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단순히 동정심, 박애만으로는 부족하다. 철저하게 기부의 경제적 효율성과 실효성을 따지고, 똑똑하고 지혜롭게 기부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기부를 실천하는 것일 테지만, 더 나아가 똑똑하게 기부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앞으로 사회에서 이 문제가 더욱 주목받고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s://www.ted.com/talks/peter_singer_the_why_and_how_of_effective_altruism/transcript#t-689042)
2.(인용: https://www.ted.com/talks/peter_singer_the_why_and_how_of_effective_altruism/transcript#t-689042)
3.(인용: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5/2017092501779.html)
4.(참고: https://www.ted.com/talks/peter_singer_the_why_and_how_of_effective_altruism/transcript#t-689042)
5.(참고: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5/20170925017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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