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옥의 독서 칼럼] 당신은 식민 지배가 시작된 날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서평

 

지금까지 내가 역사를 공부해온 목적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저 시대순으로 정리된 딱딱한 역사 교과서를 가지고, 달달 외우며 지루하고 따분하게 역사 공부를 했다. 역사적 사건이나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며 공부하기보다는 교과서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고, 암기했다. 그렇기에, 시험이 끝나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역사를 배우고, 공부해왔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를 읽고, 이 책의 내용에 관해서 토론하며 느낀 점은 역사를 공부하는 나의 태도가 조금은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1만 년의 우리 역사를 담은 역사책이다. 다른 역사책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시대순으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일별로 사건, 인물, 장소, 유적 유물, 문화, 명문장 등 일 곱 가지의 분야로 역사적 지식을 담고 있다. 역사책은 시대순으로 정리된 것이 대부분인데, 꽤 혁신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정리를 해둔 덕에,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면서 헷갈렸어도 그냥 넘어갔던 역사적 용어들, 역사적 사건들, 혹은 역사적 인물들을 이 책을 가지고 백과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책장을 넘기며 찾아봤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고, 그저 책 읽기 수준에 머물렀던 역사 공부에서 더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 관련 명언 중에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학생들의 역사의식 향상과 더불어서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선정된 이유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시험을 위해 교과서 암기에서 그치고 마는 역사 공부가 역사의식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 할 때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역사를 능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누가 당신에게 우리나라 일본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당하기 시작한 날(경술국치)을 물어보면 당신은 대답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910년 8월 29일이라고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광복한 날을 물어보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의 전성기, 반짝였던 시기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역사의 어두운 내면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깜깜하고 어두웠던 시기도 우리 역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또 하나의 유명한 명언을 소개해 보겠다.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리는 자는 과거의 잘못을 반복한다.’ 조지 산타야나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을 통해 어쩌면 우리나라의 역사적 업적보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범했던 잘못들, 부끄러웠고, 암울했던 역사를 받아들이고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와 같이 역사적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역사서도 좋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다룬 역사서들이 많이 출간되어, 우리 모두가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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