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선의 사회복지 칼럼] 장애인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복지 정책

 

 

 

최근 낙태법 개정안 입법 예고가 나왔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흔히 “낙태죄”라고 불리던 죄를 규정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들이었다. 이 법들은 여성 인권,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국민의 의견이 많아 헌법소원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낙태죄”와 관련된 다른 법들을 살펴보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수호해야 할 우리나라의 법이, 여성 인권만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낙태죄”를 처벌하지 않는, 즉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모자보건법 14조에 나와 있는데, 그 법을 잘 뜯어보면 장애인 인권도 극심히 침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정 전의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에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또한, 만약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장애가 있어 의사표시를 못 할 때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1

 

이는 장애인의 인권을 매우 심하게 침해한다. 우생학이라는 것은 19세기 후반에 탄생한 학문으로, 그 바탕에는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더 나은” 인류로 개량하겠다는 바람이 들어있다. 독일의 나치가 행한 대학살은 이 우생학적 사고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나치는 우생학을 근거로 인종차별을 행했을 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을 이유 없이 죽임으로써 장애인차별도 행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최근까지 우리나라 법률에 남아있었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2

 

또한,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장애가 있어 의사표시를 못 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동의만 있다면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했다. 실제로 이 법에 숨어 수많은 장애인 시설에서는 임신한 여성 장애인들에게 의사를 묻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원치 않는 임신중절수술을 강제했다. 오로지 시설 담당자들의 편의를 위한 일이었고 이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었다.3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채 석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여성과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보다 깊은 논의와 실질적인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장애인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해서도 수많은 복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많은 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몸과 맞는 산부인과를 찾기 어려워 출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조사 등을 통해 장애인 개개인이 병원을 이용할 때에 어떠한 불편함을 겪는지를 조사하고 맞춤형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출산 이후에 양육의 문제에도 많은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는 “언어발달지원사업”이라는 복지사업을 통해 감각적 장애가 있는 부모의 자녀에게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는 장애인의 출산과 육아를 위한 복지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른 시일 내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맞춤 복지 정책이 시행되어 장애인의 재생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http://www.law.go.kr/법령/모자보건법
2.참고:https://ko.wikipedia.org/wiki/우생학
3.참고:http://www.law.go.kr/법령/모자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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