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윤의 geo 칼럼] 선생님, 지리는 왜 배워요

지리. 영어로는 geography. 사실 필자 또한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지루하고 딱딱하기만 한 과목인 줄만 알았다.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 석유와 석탄의 분포에 대해 배우는 단원에서 필자는 "이런 걸 도대체 왜 배워요? 이런 쓸데없는 거를!" 라고 외치며 사회 선생님께 한탄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리를 알고 지리에 대한 눈이 떠진 순간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지리를 알면 세상을 안다. 지리를 그저 딱딱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나의 경험을 통해 지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

 

 

 

 

Geography. 해석하면 지리 또는 지리학이다. geography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로 '지구'의 geo, '기록하다'의 graphy가 합쳐져 땅에 대한 기록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어원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이 땅을 기록한다는 것. 지리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것이다. 땅을 기록해야 자신과 상대방의 영역을 설정할 수 있고 땅 아래, 혹은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기록해놔야 이곳은 어떤 곳이었는지, 생존에 필요한 물이나 햇빛이 잘 들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의 존재 이유도 그러하다. 강이 어디에 분포하고 지형은 어떠한지, 사람이 살기 적합한지를 찾으려면 지도가 필요하다. 지도 없이 살 곳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언덕 너머에 오아시스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언덕 아래에서 정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멀리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곧 세상을 향한 시선과 땅을 아는 것은 비례관계로 넓어진다는 것이다.

 

지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연관되어 있고 거의 모든 현상을 지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를 지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힘이 강하지 못했던 이유를 지리적으로 설명해보겠다. 일단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서양과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과거에는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선 나라 내에서 엄청난 힘을 통해 부흥을 시키거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며 발전하는 방법이 있었다. 당시 중국은 실크로드를 통해 (물론 타클라마칸 사막이나 티베트 고원 같은 자연 방해물에 의해 처음부터 교류가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서양과의 교역에 성공했고 우리나라가 받아들이는 서양문물은 거의 중국에 의해 거쳐온 문물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방법이 중국에서 내려오는 서양문물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설정이 된 것이고 발전이 주변국들보다는 더디게 된 이유이다. 이 역사에서는 먼저 발전한 선진국들과의 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아무리 거리가 가깝더라도 그 중간에 히말라야 산맥 같은 엄청난 자연 방해물이 있으면 그것 또한 쉽지 않음도 유추해볼 수 있다. 지리적인 위치가 역사적인 흐름을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았으니 이제 현재에 지리는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먼저 사업의 예로 사막에 난로를 파는 이야기이다. 사막에 난로를 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우리가 아는 사막은 분명 매일 덥고, 건조하며 햇빛이 매우 뜨거운 지역으로만 알고 있다. 사막에 난로를 판다고 하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 아이디어는 중동 사막 지역에서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바로 사막의 극심한 일교차 때문이다. 사막은 비열이 매우 작은 곳이기 때문에 뜨거워질 때 빨리 뜨거워지고 차가워질 때 빨리 차가워진다. 그래서 사막은 낮에는 섭씨 40도를 넘어가는 게 대수이지만 밤에는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위도 혹은 수온 분포와 같은 기후 요인에 따라 기후별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기후 지리에 속하는데 그 사막 난로 개발자는 기후 지리의 특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아주 잘 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지리를 배우고 나중에 우리가 사업을 할 때 국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세계에 진출하여 그 지역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지리적으로 파악하여 그 이점을 어필한다면 그 얼마나 멋진 사업인가. 

 

사업 말고도 현재는 못가지만 현대인들이 항상 고파하는 여행에도 지리가 녹아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여행지를 검색하면 그 여행지에 대한 내용이 매우 많다. 인문 지리라 불리는 GDP, 인구수, 문화, 종교 등 정말 다양한 정보들이 나와 있는데 이것들을 알면 여행의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는 쉬기 위해서 가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와 경관이 궁금해서 가는 이유도 있다. 필리핀을 간다고 가정하면 전통가옥은 어떻게 생겼는지, 왜 그렇게 생겼는지, 필리핀에 교회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아는가? 그저 멋있어서 그냥 겉모습만 보고 온다면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필리핀은 비가 많이 오는 열대 기후 지역이기 때문에 전통 가옥을 보게 된다면 지붕이 가파르고 바닥이 떠 있는 고상 전통 가옥을 보게 될 것이고 교회를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로는 과거 에스파냐의 식민통치를 받으며 종교에 대한 영향이 아직 존재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순히 외관만 보고 오는 것보다 그 건축물, 문화유산의 의미를 알고 간다면 그 여행에 대해 기억이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다. 지리를 배우고 여행을 가는 것은 좋으면 좋았지 전혀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시험을 보기 위한 지리는 물론 쉽지 않을 수 있다. 암기해야 할 단원들이 많고 그저 현상으로서의 이해를 요구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지리는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리를 배움으로써 작은 것 하나하나가 지리적인 이유로 설명이 되면서 작은 것 하나 지나치지 않고 이런 현상에는 이런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구나~라는 지식을 쌓아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며 많은 학생이 지리를 배우는 동안 재미있게 지리에 접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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