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을 살고 싶다면

 

SNS가 만들어진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SNS는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언택트(untact)’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SNS를 통한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SNS 속에서는 여러 가지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현실과 또 다른 방식으로 유행이 돌기도 한다. 시공간의 초월, 알고리즘에 의한 연결과 같이 SNS 공간 자체의 특성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으나, 이 글에서 다루려는 것은 SNS와 현실 세계의 연관성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SNS가 그것의 특성을 기반으로, 현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점점 더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SNS는 현실 세계 속 여러 가지 요소들의 가치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 ‘가능한’이라는 뜻의 영어 접미사 ‘able’을 붙인 신조어이다.1  말 그대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이다. 이 단순한 신조어는, 현실 세계 속 사람들의 경험이 목적과 의미를 가지게 되는 배경을 바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여행에 목적지를 설정하고, 방문할 곳을 정한다. 그 배경이 되는 것은 SNS이다. ‘정보를 얻는 공간’인 SNS의 영향을 받았다면, SNS에 올라온 다른 사용자들의 후기나 예쁜 사진을 보고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것이다. ‘소통의 공간’인 SNS의 영향을 받았다면, SNS에 예쁜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할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행지를 선정했을 것이다. 둘 다였을 가능성도 높다. SNS에서 유행하는 방문지의 사진을 보고 정보를 얻어, 나의 계정에도 같은 곳을 방문한 사진을 올리고자, 즉 유행에 동참하고자 특정 장소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사실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유형이든, SNS가 현실의 경험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이제 ‘SNS’를 목적으로 행동하고 여행하고 음식을 먹고 취미생활을 즐긴다.

 

이런 경향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SNS가 현실 공간 못지않은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은 현재에, ‘현실’의 것만을 중시하는 것, ‘진짜’와 ‘가짜’로 물리적 공간과 SNS 공간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SNS 속에서 형성한 관계도 형태와 특성이 좀 다르긴 해도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이고, SNS의 유행에 동참하려는 것도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 유행하는 문화를 즐기려는 욕구와 다르지 않다. SNS가 현실에서의 인간의 소통 욕구를 기반으로 하고 현실의 여러 가지 특성을 가져왔듯, SNS가 현실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SNS와 물리적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실의 자아가 중요하듯, SNS 속에서 형성한 제2, 3의 자아 역시 모두 ‘나’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경험과 중시하는 가치 역시 현실적 자아의 것만큼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을 즐기는 것도, SNS가 없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을 경험할 수 있고 현실에서 다 채우지 못한 소통과 인정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또 다른 소외의 양상이다. ‘소외’는 ‘인간이 만든 것이 인간 스스로부터 멀어져 반대로 인간을 지배하는 생소한 힘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된다.2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경험만을 중시하고,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인정에 매달리고, 그 유행의 중심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인간에게 또 다른 피로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다. 즉,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만들었던 SNS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이 앞으로 인간이 경험하는 주된 소외의 양상이 될 것이다. SNS 속의 관계와 보여주기를 위한 경험에 대한 집착이 과도해지면, 현실에서의 삶에 무기력해질 것이고, SNS에 집중하느라 잊고 있던 현실적 자아의 내면은 병들어갈 것이다. SNS 속 제 2, 3의 자아가 중요하더라도 그로 인해 나의 내면이 고통받는다면 이것은 절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균형’이다. SNS 속 소통, 그로 인한 경험 모두 중요하고, 현실과 상보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으며, 현실에서의 경험을 색다른 방식으로 바꿔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어떤 방식의 경험이든,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경험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며, SNS 속 관계에서도 주체로서, 성숙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또, 현실 세계에서 SNS를 위한 경험을 하려고 할 때, 그로 인해 나의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하고 관계를 맺든, 그것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SNS가 반대로 나를 지배하고 조종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두 세계 사이의 균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은 그 중심에 주체적인 ‘내’가 있을 때만 의미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12/1084125/
2.인용: https://ko.wikipedia.org/wiki/소외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