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윤의 geo 칼럼] 이젠 도시 '재개발' 아닌 도시 '재생'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성남의 수정구는 언덕이 많은 동네이다. 구시가지로서 주택가가 많이 들어서 있는데 필자는 그 언덕에 있는 주택 사이의 골목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작지만 알차게 구성된 집들과 좁은 골목 사이의 길고양이들을 마주치면 반가워 쓰다듬기도 많이 했다. 골목골목마다 감성이 있고 골목에 사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언덕 하나를 거뜬히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감성을 느낄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재개발 지역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여기뿐만이 아니라 약 500m만 더 가도 최근 사진처럼 펜스만 쳐져 있는 구역이 또 나온다. 재개발을 하면 주변 환경이 깨끗해지고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많은 장점에 의해 단점들이 가려지고 있다. 이 단점들을 알아보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도시를 개발할지, 그 대표적인 예로 도시 재생을 이야기해보겠다. 

 

 

첫 번째 단점. 도시경관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강제적으로 추억으로 만들게 한다. 도시마다, 지역마다, 골목마다 그곳만의 감성과 경관이 있는 법이다. 아무리 어떤 장소를 똑같이 만든다 한들 100% 일치할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나 이 골목의 경우에는 경관이 블록마다 다르다. 몇 걸음 갈 때마다 슈퍼의 이름이 다르고 건물의 외벽이 다르며 도로의 경사도 다르다.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기억하던 사람들은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야 한다. 30년 이상 한 자리에서 가게 장사를 하신 상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자리에서 꾸준히 있었다는 것은 정이 들기 마련이다. 또 그런 가게는 주민들의 이정표가 되기도 하여 그 가게를 기준으로 길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 정을 제삼자가, 그곳에 살지도 않는 제삼자의 투자로 인해서 그 자리를 강제적으로 떠나야 하는 것.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두 번째 단점.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재개발과 재건축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중하류층이 생활하는 도심 인근의 낙후 지역에 상류층의 주거 지역이나 고급 상업가가 새롭게 형성되는 현상.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수정구 산성동에 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이 단지가 최근에 재개발을 하면서 건물을 모두 새로 지었는데 집값이 몇억씩 올라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역세권이기도 하고 위례와 서울에 가까워 집값이 오를 요인은 아주 많긴 하다. 그러나 기존 거주민들은 재건축 때문에 나갔다 온 사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도 못할 만큼의 가격이 올라가 버리니 다른 지역이나 주변에 가격이 적당한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이때부터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시작인 것이다.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한 집값 상승과 함께 주변 시설들이나 주변 상가의 매맷값이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세입자들은 오를 대로 올라버리는 임대값에 못 이겨 자리를 나서게 되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나 이름있는 브랜드 가게가 들어서게 된다. 그에 맞춰 점점 영역을 넓히면서 주변 지역의 지가(토지의 가격)를 올려버리는, 기존 거주민의 빈자리를 상류층이 와서 채우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시 확산 현상, 즉 교외화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단점. 거주민에 대한 불편한 배려. 실제 지인 중에 위 사진에 보이는 구역에 거주하던 지인이 있는데 재개발이 거의 확정이 되었을 때 집을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골머리를 앓았다. 재개발 측에서는 한창 건물을 올리고 있던 위례신도시에 아파트에 입주할 것을 제안했는데 당시 기반 시설이 거의 없던 시절에 거의 반강제 식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라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비슷하게 기존 거주민들에 대한 확실한 거주지 보장을 해주어야 마음이 편할 테지만 그러지 못하니 거주민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볼 것이 아무리 재개발이 저런 단점이 있더라도 너무 낡거나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구역은 어느 정도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그 방식이 중요한 것. 현재의 트렌드로서 도시 재생 사업이 뜨고 있다. 도시 재생 사업은 한마디로 도시 경관을 보호하면서 심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기존 거주민을 내쫓으려 하지 않으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관련한 것들을 많이 포함한다. 도시 재생의 예를 들어보면 콜롬비아의 메데인을 이야기하고 싶다. 메데인이라는 지역은 콜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였지만 굉장히 높은 언덕에 위치한 도시인데다 교통 인프라가 좋지 않아 접근성이 굉장히 낮았다. 그것에 비례하여 범죄율이 굉장히 높았고 경제적으로도 좋지 못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메데인의 시장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데인 언덕에 384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다니기 편해지고 공권력도 적용되기 편해지고 많은 것들에서 편해짐에 따라 이곳이 경제적으로 좋아졌다고 한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이곳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건물을 헌 것도 아니며 거주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도시 재생이다. 도시의 경관은 살리면서 거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공공시설을 제공하며 집값 상승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시 재생. 이것이 도시 재개발, 재건축보다 훨씬 가치 있고 유의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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