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사회 칼럼] 빠른 배송보다는 여유 배송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언텍트 라이프를 살게 된 지도 벌써 6개월이 훌쩍 넘었다. 우리는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꽤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직접 마트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인터넷 쇼핑의 증가일 것이다. 사실 온라인 쇼핑은 쉽고 간편하며 배송이 빠르기까지 해서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많이 이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으로 생필품이나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택배 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엇일까? 최저가? 물건의 품질? 모두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경쟁력 있는 키워드는 바로 빠른 배송이다. 오늘날 여러 쇼핑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기업 간의 빠른 배송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빠른 배송은 ‘총알 배송’에서 ‘로켓 배송’으로 더 나아가서는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새벽 배송’까지 등장했다. 이런 기업들의 경쟁에 피 터지는 것은 정작 그 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택배 노동자들이다.

 

최근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숨을 거둔 택배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오늘도 택배 노동자들은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잠을 포기한 채 감당하기 힘든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택배 분류 작업은 대체 인력을 추가 투입했음에도 턱없이 모자랄 만큼 업무량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송되어야 할 물건은 매 시간마다 수백개씩 밀려오니, 택배 노동자들은 휴식을 취할 새도 없이 노동을 이어간다. 오늘날과 같이 인권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택배 노동자들은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택배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들의 노동력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택배 노동자들에게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또, 택배 노동자들의 도로에서의 돌연사는 꽤나 위험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목숨을 잃은 택배 노동자들은 벌써 10명이 넘었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버거운 업무량을 채 견디지 못한 채 어딘가에서 서서히 숨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는 기업에게 빠른 배송을 원하고, 기업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늘도 ‘빠른 배송’을 내세우며 홍보를 한다. 이를 감당해내는 택배 노동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개인에게 돌아가는 할당량은 점점 늘어난다.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택배 전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정부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정책이 나왔다고 해서 현재 느끼고 있는 경각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택배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숨통을 틔울 수도 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급한 물건이 아니라면 '새벽 배송' 보다는 택배 노동자를 배려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의식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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