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빅 데이터 사회의 도래,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21세기 정보화 사회가 시작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고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처리는 우리의 삶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게 만들어주었지만, 항상 그 편리함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우리의 삶이 모두 데이터로 전환되고, 잘못된 데이터 처리로 우리 삶이 뒤바뀔 수 있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상의 나의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원치 않는 곳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도 꽤 되었다. 이제는 이와 같은 우려를 넘어 데이터와 권력, 그리고 인간 존재에 관해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개인정보, 인터넷 검색 기록, 페이스북 활동 내용은 모두 모여 ‘빅 데이터’가 된다. 빅 데이터는 말하자면 이 세상 모든 정보의 집합체라 할 수 있고, 현시대부터 앞으로의 시대에는 이것이 권력과 힘의 원천이 된다. 가만히만 보면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정보 덩어리같이 보이는 빅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는 귀중한 자산이다. 거대한 데이터를 특정 알고리즘을 설정하여 분석하면 대상자의 성향, 능력 등 무한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을 먼저 알고 일반인들이 알아채기 전에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한 기업들, 권력들이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빅 데이터 기업들은 매초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자신들의 서비스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타 기업과 거래를 한다. 사용자들의 성향을 분석하여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기업, ‘유권자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정치인들, ‘국가 질서 유지’를 위한 정보 획득을 위하는 정부 정보기관과 수많은 거래를 한다. 우리의 정보는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빅 데이터가 되어 수많은 이들의 손으로 넘겨지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위험성이 바로 ‘디지털 독재’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독재. ‘알고리즘이 그렇게 말한다’에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유발 하라리는 과거 민주주의가 독재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었기 때문이고, 현재 알고리즘을 이용한 독재가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디지털 독재는 이전과 다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으로 스며들 것이다. 지금도 우리의 정보는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많은 사업과 정보산업에 이용되고 있지만,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1

 

빅 데이터 기업은 우리의 정보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의 시야가 관심사 밖의 분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으며 기업이 원하는 정보만을 이용자가 접하게 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맞춤 정보가 제공되니 편리하다’라며 마냥 좋아하기만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길게 나열된 개인정보 이용 동의 조항, 제삼자 정보 제공 동의 조항을 체크하고 넘어가고, 수많은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다. 이렇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정보의 권력 아래 놓이게 되었다. 부드러운 독재, ‘빅 마더’의 독재 아래에 놓이게 된 것이다.2

 

‘인간’에 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고유한 결정을 하는 존엄한 인간의 모습의 가치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정보를 이용하여 우리의 모든 특성을 파악한 AI의 결정이 인간의 결정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지배 아래, 인간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자 피지배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정보를 이용해 높은 지능을 가지게 된 로봇이 우리에게 반역을 꾀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은 더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닐 것이며, 나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아는 존재가 있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일의 효율에서도, 지능에서도 모두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알고리즘에 뒤처지는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위험에 대비해야 할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결정, 인간의 변화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과 데이터 기반 사회로의 전환 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은 ‘대응’이 아닌 ‘적응’, 수동적인 ‘생존’일 뿐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기술에 맞추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기술을 슬기롭게 이용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 즉 인간에 대해 기술 연구만큼의 탐구를 해야 할 것이다. 인간으로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에 대해 진중하게 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미 편리함에 적응했고, 이제는 편리함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힘이 센 자석’을 움직이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라는 대가가 따르듯, ‘편리함’에는 더 큰 대가, 즉 개인 정보, 수동적인 이용자가 되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편리함을, 맞춤 서비스를, 기술의 발전을 의미 있는 것으로, 이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변화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우리 삶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따라서 기술을 현명하게 이용하고,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우리가 양산하는 데이터에 대해 비판 의식을 가지는 것, 권력이 빅 데이터를 악용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 그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가 희미해져 가는 지금은 그 어떤 때보다도 우리가 ‘인간다워’져야 할 때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링크

1.참고: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김영사, 2018, 108~117p
2.인용: 마르크 뒤갱&크리스토프 라베,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부키, 2019, 1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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