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의 문학 칼럼] 설국, 진정한 美를 찾아서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일본 문학 도입부의 정수라고도 불리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이 소설에는 부모의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여행을 다니는 시마무라가 눈의 지방에 도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게이샤 고마코와 사랑하는 일에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요코에게 동시에 끌린다. 그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일까. 「설국」은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미에 대한 기준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꼽힌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생각했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 아름다움을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이라는 작품에서 절대미(絶對美)’를 추구했다. 절대미(絶對美)란 완전한 조화를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겨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작품은 시작한다. 흰 눈이 쌓인 설국에 붉은빛을 내뿜으며 활활 타오르는 누에고치 창고, 지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사건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하수. 눈, 불을 통해 우리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추구한 ‘절대미’의 완성을 느낄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추구한 아름다움 중 두 번째는 고독과 허무이다. 1968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장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이렇게 말했다. “고독과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삶을 살았고 글을 썼다. 작품을 통해 죽음을 미화하고 인간과 자연과 허무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다. 평생 동안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애썼다.” 작품에는 주인공인 시마무라가 생각하는 세상의 ‘헛수고’들이 잘 나타난다. 고마코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않고, 도쿄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을 버릴 것도 아니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온천에 내려오는 자신의 수고로움, 시마무라에게 영원히 함께하자고 하지도 않을 거면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다가도 갑자기 거리를 두기도 하고, 약혼자인 유키오의 병 치료를 위해 게이샤로서 돈을 버는 고마코의 생활, 유키오를 기리기 위해 매일 그의 무덤을 찾는 요코 모두 성과 없는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시마무라는 자기 자신은 물론 고마코와 요코의 수고로움에서도 허무를 느끼며 우리는 그런 허무한 비애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자연이나 벌레들이 한순간에 피고 지는, 마지막에는 모두 사라질 것들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주목하는 자연과 허무 사이의 조화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주인공들의 허무함을 더욱 선명히 보여주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 저자는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없었던 것 같다. 「설국」을 읽고 난 후, 저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주인공 시마무라 또한, 고마코와 요코를 이성적으로 사랑한 것이 아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좇았고, 그것으로 오는 허무를 즐기지 않았는가? 과한 것은 푹 빠지게 하며, 부족한 것은 질리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그것을 좇는 것이 진정한 미(美)를 느낄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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