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사회 칼럼] 한 사람의 평생을 망가뜨리는 방법

 

최근 연이어서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린이집의 선생님부터 아이의 부모까지, 가해자 역시 다양하다. 아이는 보호받는 것이 당연한 존재이고 특히 부모에게 아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수많은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아동학대를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출된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의 범주는 우리의 생각보다 넓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신체적인 폭행이나 체벌뿐 만이 아니라 정서적 폭력, 방임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정서적 학대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건수 유형별 지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아이들이 겪는 학대가 바로 정서적 학대라고 한다. 정서적 학대를 다른 유형의 학대들보다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정서적 학대는 알아차리기 힘들고 은연중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는 제3자가 알아차리기도 힘들지만 학대를 가하는 부모나 선생님 등의 가해자 역시 자신이 아이를 학대하고 있다는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큰 소리를 치고 욕설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그저 아이를 훈육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임 역시 이와 비슷한 학대 사례이다. 방임이란 아동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하여야 할 것을 제공하지 않아 아이가 방치된 상태를 말한다. 방임 학대의 대표적인 예로는 라면 형제 사건이 있다. ‘라면 형제 사건’은 올해 9월 인천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라면 형제’의 어머니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이들을 혼자 둔 채 일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던 것이 밝혀지며,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아동학대의 끔찍한 점은 어릴 적 기억이 평생의 트라우마와 정신적, 신체적 질병을 갖고 살게 만든다는 점이다. 앨리스 밀러의 <폭력의 기억-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는 어린 시절 학대가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을 덜 받고 교육이라는 핑계 아래 학대당한 아이일수록 어른이 된 후에 부모와 같은 존재에게 더 강하게 매달린다. 그리고 옛날에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그들에게 기대한다. 그것이 몸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몸은 자기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결핍을 잊지 못한다. 텅 빈 구석이 있으면 그것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폭력의 기억> 18p에 있는 구절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학대를 당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그 기억을 잊지 못한 채 평생을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아이와 함께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 역시 사람이기에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가 어떨 때는 짜증스럽고 어떨 때는 버겁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순간의 감정 때문에 아이의 인생은 물론이고 부모 자신의 삶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권이 주요 사회 이슈인 만큼 아동의 인권 역시 어엿한 한 국민의 인권으로서 보호받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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