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night] 안첼로티의 패착은 무엇이었을까

2연패에 빠지고 있던 에버튼과 빡빡한 일정 속에서 에버튼 원정 직전까지 2연패에 빠지면서 위기에 몰린 맨유 중 웃은 팀은 맨유였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고 이날 경기에서 맨유는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며 중원 장악에 성공했다.

에버튼은 맨유가 전방 압박이 가해졌을 때, 불안하다는 점을 이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비 라인을 낮췄던 것과 중원 싸움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밀렸다는 게 패착이 되며 3연패의 수렁으로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에버튼의 빌드업과 맨유의 대응

 

맨유는 수비 시 4-2-3-1 형태에서 윙어를 내려 4-4-1-1 대형을 형성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를 시작할 때 마샬(ST)은 2명의 센터백을 압박했고 그 밑선에 위치한 브루노는 마크하고 있던 알랑(CDM)을 버리고 상대 센터백을 압박하기도 했다.

에버튼은 빌드업 시 4-3-3 대형을 형성했다. 알랑이 백4 앞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였고 양 풀백이 하프 스페이스 또는 양 측면으로 넓게 퍼져 움직였으며 상황에 따라 양 풀백이 전진할 수 있도록 두 명의 센터백이 넓게 퍼지고 그 사이에 알랑이 들어가 순간적으로 백3를 형성하기도 했다. 두쿠레(RCM)와 시구르드손(LCM)은 2선과 3선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에버튼의 수비진이 종적인 패스를 건네줄 수 있는 위치까지 이동했다.

에버튼은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측면을 통해 볼을 앞쪽으로 전진시키려 했다. 왼쪽 측면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리롤인 하메스(RW)가 순간적으로 내려오면서 두쿠레(RCM), 콜먼(RB)과 함께 삼각형 대형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메스가 대각선 패스를 통해 반대쪽 측면으로 사이드 체인지를 하는 데에 유리했고 반대쪽 측면에 있는 왼쪽 풀백과 왼쪽 윙어가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번 시즌 에버튼의 공격 루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또한, 맨유의 2선 자원들의 움직임으로 인한 영향도 있다. 맨유는 2선과 3선을 자유롭게 오가는 두쿠레(RCM)와 시구르드손(LCM)에게 가는 패스를 중앙 미드필더인 맥토미니(RCM)와 프레드(LCM)가 따라감으로써 이 둘을 견제함과 동시에 중원에서의 4vs3 수적 우위를 점하는 두 가지 효과를 보기 위해 측면 미드필더들은 중앙으로 좁힐 필요성을 느꼈고 이로 인해 풀백을 통해 전진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이 과정에서 하메스 또는 베르나두에게 볼을 전달하는 걸 목적으로 했다.

따라서 에버튼은 중앙 미드필더를 통한 전개를 제외하고, 풀백을 통한 전개 또는 알랑이 내려옴으로써 센터백 한 명이 압박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롱볼로 한 번에 전방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빌드업을 전개했다. 이는 콜먼과 디뉴가 직접 볼을 몰고 올라가 공격을 전개하고자 했던 배경이며 롱볼 린델로프가 공중볼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칼버트-르윈이 린델로프 쪽에서 공중볼을 따내 첫 번째 득점을 만들어낸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맨유가 루크 쇼를 적극적으로 올리면서 하메스를 묶기 위해 올라갔고 루크 쇼가 올라간다고 해도 최소한 3명의 수비 숫자가 남았고 유동적으로 루크 쇼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수비진이 왼쪽으로 이동하였기에 리스크가 없었다. 에버튼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두쿠레와 하메스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바꾸었으나. 이때에는 루크 쇼가 하메스를 견제하기 위해 무리하게 올라가지 않고 적절하게 압박했으며 이미 측면 미드필더를 좁혀 중원에서의 4vs3 수적 우위를 형성한 맨유기에 하메스가 내려와도 큰 문제가 없었다.

후반전에 이워비를 투입하고 하메스를 왼쪽으로 이동했을 때 위협적인 공격을 몇 번 선보였으나, 에버튼이 하메스에게 기대했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도 못했다.

맨유의 빌드업과 에버튼의 패착

 

맨유는 빌드업 시 3-2-5 대형을 형성했다. 대형을 유지하되, 양 풀백이 높게 올라가며 상황에 따라 맥토미니가 3번째 센터백처럼 움직이거나 루크 쇼가 왼쪽 스토퍼처럼 움직여 대형을 형성했다. 브루노, 마샬, 마타는 에버튼의 2선과 3선 사이에 위치했고 페르난데스와 마타가 각각 양쪽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했다.

에버튼은 높은 지역에서 수비 시 4-3-3 대형으로 움직였으나 하프라인에서 수비를 시작할 때 양 윙어가 내려가는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전방에서는 6명의 숫자를 투입하여 대인 마크를 통해 수비했지만 하프라인에서는 4-1-4-1 형태로 수비 라인을 내린 채로 수비했다. 칼버트-르윈(ST)은 맨유의 두 명의 센터백 또는 맥토미니나 루크 쇼가 내려와 3백을 형성했을 때 이 셋을 압박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고 맨유의 빌드업을 방해하고자 맥토미니(RCM)와 프레드(LCM)를 압박하기 위해서 이번엔 시구르드손(LCM)과 두쿠레(RCM)가 마크했다.

에버튼이 의도했던 바는 알랑을 2선과 3선 사이에 둠으로써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에버튼의 2선과 3선 사이에 있는 래쉬포드, 마샬, 브루노, 마타 중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선수에게 볼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에버튼 수비의 문제가 여기서 드러났다. 우선 첫 번째로 중앙 미드필더인 시구르드손과 두쿠레가 맥토미니(LCM), 프레드(RCM)에 대한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vs1 수비를 통해 공격적으로 압박하여 이 둘을 제어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위치를 벗어났을 때 제대로 뺏어내지도 못했으며 윙 자원의 커버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위치를 지켰을 때에는 프레드와 맥토미니를 통해 맨유가 앞선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주었을 때 제대로 끊어내지도 못했으니 의미가 없던 것이다.

두 번째로는 알랑(CDM)의 미스였다. 아까도 말했듯이 시구르드손과 두쿠레가 적극적인 대인 마크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맨유가 하프라인 부근까지 압박을 버텨내고 안정적으로 전진한 상황을 떠올려보자. 맨유가 측면으로 공격을 풀어나간 게 아닌 중앙에서 풀어나갈 때, 이들이 언제든지 래쉬포드, 마샬, 브루노, 마타 중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선수에게 볼을 뿌릴 수 있기 때문에 알랑이 그들에게 볼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저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말이 된다.

문제는 압박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알랑까지 전진해버리게 되니 수비 라인 자체가 무너지게 되었고 백4 라인이 상대 공격과 1v1 수비를 펼쳐야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에버튼은 2선과 3선 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야만 했고 결과적으로 프레드(LCM)와 맥토미니(LCM)에게 광활한 초원처럼 넓은 공간이 생기게 된다. 즉, 기존에 자신들에게 압박을 가하던 두쿠레(RCM)와 시구르드손(LCM)에게 자유로워졌고 양 측면으로 연결했을 때, 박스 안에서 4vs4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선 미드필더들의 대처도 미숙했고, 결국 골을 헌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론

 

맨유는 루크 쇼를 통해 하메스를 잘 막았으나, 여전히 린델로프는 공중볼과 어느 곳에 서있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할 지 판단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에버튼의 양 풀백이 좀 더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이들이 센터백과 풀백 사이로 빠르게 드리블할 때 린델로프와 비사카의 대처는 미숙하다고 평가한다. 압박 시, 무리하게 압박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압박한 덕에 이러한 수비진의 미숙함이 덜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맨유는 지난 시즌에도 성공적인 조합이었던 프레드, 맥토미니, 브루노 3미들 체제는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 있는 조합이다. 브루노는 프레드와 맥토미니가 있었기에 이번 경기에서 아래로 내려와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에버튼의 2선과 3선 사이에 머무를 수 있었고 수비 부담도 나눠가졌기에 수비 부담도 덜했다.

에버튼은 압박 시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맨유를 압박했어야 했다. 물론, 그로 인해 발이 빠른 래쉬포드나 마샬에게 뒷공간을 허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겠으나 수비 라인을 내린 채로 중앙 미드필더 2명을 1v1 마크를 시켜 2선과 3선의 간격을 벌리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적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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