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의 독서 칼럼] 비현실적인 낙관과 막연한 희망의 후유증

<유년의 뜰>, 아버지가 돌아온다고 과연 모든게 달라질까?

 

우리는 모두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각자의 희망을 삶의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하루하루 그 희망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오정희 작가의 <유년의 뜰>에서는‘아버지의 귀환(歸還)’이 노랑눈이 가족의 희망이지 삶의 목표이다. 노랑눈이 가족의 현실을 살펴보자. 생계를 위해 밤일을 나가다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버린 어머니,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을 자처하지만, 억압과 부담감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남, 가족 몰래 밤에 나가는 둘째, 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약한 막내, 그리고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식탐으로 가득 찬 노랑눈이까지. 노랑눈이의 가족은 우리의 눈으로 봐도 망가지고 처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한 가지 희망은 ‘아버지의 귀환’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바람난 어머니도, 폭력적인 첫째도, 불쌍한 둘째와 막내도, 그리고 노랑눈이까지도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 직전까지도 그들은 아버지가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믿었다. 맹목적인 희망, 비현실적인 낙관, 그것의 후유증은 엄청나다. 아버지는 결국 돌아온다. 볼품없는 거렁뱅이의 모습을 하고 말이다. 노랑눈이의 행동은 어떠했는가?

 

“나는 이러한 광경을 보며 주머니 속의 케이크를 꺼내 베어 물었다. 그것을 다 먹고 났을 때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꾸역꾸역 토해냈다. 단 케이크는 한없이 한없이 목을 타고 넘어 왔다. 까닭 모를 서러움으로 눈물이 자꾸자꾸 흘러내렸다.”

 

이상행동을 보인다. 나는 이것이 거부 반응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노랑눈이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다.

 

 

“아버지가 우리를 떠나 있던 그 긴 시간의 갈피짬마다 연기처럼 모호히 서진 낯섦은 새로운 전쟁으로 우리 사이에 재연될 것이기에 차라리 그립고 정답게 아버지를 추억하며 희망 없는 기다림으로 우리 모두 아버지가 영영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거나 돌아오지 않을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변명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나 아니었는지.”

 

그렇다. 노랑눈이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와도 그들의 삶이 문제가 생기면 더 생겼지 나아지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가 없는 시간 동안 가장으로서 역할을 해냄으로써 폭력을 일삼는 오빠의 모습과 외눈박이 목수로 인해 요절한 부네의 모습을 보며 노랑눈이는 이미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마저 알아낸다. “아버지는 정말로 다정한 사람이었던가? 아버지가 돌아온다고 과연 모든 게 달라질까?” 노랑눈이가 생각해낸 답은 ‘아니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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