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린의 시사 칼럼] 청소년도 잘못을 안다

중학생이 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뺑소니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불과 몇 달 전 실제로 일어났다. 약 8명의 10대 중학생들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 한 대학생을 차로 쳐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대학생이 사망한 이 사건은, 페이스북에서 해당 사건 피해자의 연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각종 SNS에도 큰 파장을 남겼다. 하지만 검거된 8명의 가해자는 단지 그들이 미성숙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소년법에 의해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되고,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사회봉사 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1 이에 부당함을 느낀 사람들이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했고, 현재 이 청원은 어느덧 100만 명의 동의를 넘어섰다.2 소년법이 정당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 우선 소년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현재 법률상에서는 촉법소년법이나, 촉법소년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조항은 없었다. 하지만 소년법 제 4조 1항에 의거하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즉 소년법에 의해서 보호관찰, 소년원 등 성인의 처벌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게 받는다는 내용을 추론할 수 있는 조항은 나와 있었다.그렇다면, 성인이 동일한 일을 저질렀다면 처벌은 어떻게 강화될까? 만약 성인이 뺑소니, 또는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를 죽게 만들고 도주했다고 가정하면, 면허가 있어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4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아도, 만 19세 미만 학생의 신분일 시 소년법에 해당해 성인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게 된다. 며칠, 몇 년의 차이로 처벌의 무게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법대로라면, 만 14세가 되기 하루 전, 즉 생일이 지나기 전 재판이 이루어졌다면, 촉법소년으로 인정돼 형사처벌을 아예 받지 않고, 만 14세가 된다고 가정해도 소년법에 의하여 성인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 며칠 차이의 재판으로 그에 따른 처벌이 달라지는 것은 어딘가가 모순적이다. 우리는 보통 신체적으로만 성장한 사람을 '어른'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모든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보통 성숙한 어른이라고 부른다. 소년법은 마치 며칠 사이에 어린이가 논리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학생으로, 그리고 학생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앞서 언급한 무면허 운전 사건은 교통'사고'라고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운전자는 대략 05년생에서 06년생, 즉 중학생이었고, 충분히 청소년 무면허 운전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던 나이였다. 그런데도 단지 성인이 되기까지의 나이보다 몇 살 더 어리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죽인 운전자에게는 소년원이 그에게 가장 엄중한 처벌이다. 

 

'피해자는 법을 지키고, 가해자는 법을 악용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소년법이 과연 무고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일지, 아니면 이를 악용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 대신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가해자를 위해 만들어진 법일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1. 인용: https://news.joins.com/article/23748707

2. 참고: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7624

3. 인용: https://glaw.scourt.go.kr/wsjo/lawod/sjo192.do?lawodNm=소년법&jomunNo=4&jomunGajiNo=

4. 인용: https://blog.naver.com/ruddnr1978/222127919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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