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비윤리적인 구스·덕 다운, 어쩔 수 없다는 말

 

겨울을 맞은 백화점에는 가게마다 각종 패딩이 걸려 있다. ‘따뜻한 구스 다운’, ‘올겨울은 덕 다운 패딩과 함께’와 같은 홍보 문구를 걸고 늘어선 패딩은 우리 눈에 당연한 11월의 풍경이다. 하지만 당연해도 되는 걸까.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패딩의 생산과 소비는 정당한 것이 될 수 있는 걸까.

 

2015년 11월, JTBC는 ‘산 채로 털 뽑히며 발버둥…구스다운 '거위들의 비명'’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우리가 자주 사 입는 패딩에 들어가는 거위 털을 얻기 위해, 거위들은 비윤리적으로 사육되며 도살될 때까지 잔인하게 털을 깎인다는 내용이었다. 영상 속, 사람들은 거칠게 거위의 털을 깎았고, 그 과정에서 거위의 살이 뜯겨 나가기도 했다. 뜯겨나간 부위는 그 자리에서 꿰매졌다.1

 

그러나 대중들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겨울마다 구스다운과 덕 다운패딩의 소비는 그칠 줄 몰랐다. 오히려 2017년 겨울은 ‘롱패딩’의 엄청난 대유행으로 거리에는 롱패딩을 입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대중들에게는 ‘따뜻함’과 ‘유행을 따르는 것’이 ‘윤리적 소비’보다 우선순위였다.

 

문제를 인식하고 윤리적 소비를 하려는 대중들도 난관에 부딪혔다. ‘오리 털’이나 ‘거위 털’을 사용하지 않은 패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공 충전재를 이용한 제품을 어쩌다 발견하더라도 구스 다운이나 덕 다운만큼 괜찮은 디자인을 가진 제품인 경우는 드물었다.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14년 ‘Textile Exchange’에서 ‘Responsible Down Standards’(이하 RDS)를 발표했다. 컨트롤 유니언과 노스페이스가 공동 개발한 이 기준은, 깃털 생산 과정이 인도적이고 윤리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 기준이다.2 이 인증 기준이 생기면서, 윤리적 소비를 하면서도 따뜻한 옷, 디자인이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대중들의 욕구가 충족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기준이 완벽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애초에 아웃도어 업체가 나서서 만든 기준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고, 한 동물보호단체는 RDS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비윤리적으로 거위의 털을 뽑는 방식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 기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3

 

이처럼, 윤리적 소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며, 인식하더라도 제대로 된 윤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다른 방안이 없으니, 일단 필요에 따라 소비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은 비윤리적인 소비를 정당화하는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완벽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일단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윤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일반 구스 다운 패딩과, RDS 인증을 받은 구스 다운 패딩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윤리적이다. 또한, 인공충전재를 이용한 제품을 찾는 방법도 있다. 웰론, 신슐레이트, 프리마로프트 등의 인공충전재가 쓰이는 상품을 잘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멋은 덜할지 몰라도, 속에 담긴 윤리적 소비의 아름다움은 더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비윤리적인 사이클의 반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대한 패딩 소비를 줄이는 것이며, 필요하다면 패딩을 재활용하고, 충전재를 재사용하며, 옷을 돌려 입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윤리적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더욱 좋은 윤리적 소비 제도를 만들기 위해, 더 믿을 만하고 더 인도적인 생산 기준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로서, 대중으로서 끊임없이 기업 및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움직임만큼 기업의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또 없다. 기업이 먼저 제대로 된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도록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윤리적인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넘어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아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보다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이나 가성비만큼, 윤리적인 가치도 소비에서 중요한 고려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상품을 사기 전 윤리적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는 것이 당연해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089177
2.인용: http://www.controlunion.co.kr/착한-구스다운-rds-인증-컨트롤-유니온에서-시작합니다/
3.인용: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12221801015#csidx289450821381605ab4a8fe244d6ff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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