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의 영화 칼럼] 소중함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점차 과거의 우리를 잊어버리게 된다. 앞으로도 과거 나의 어린 모습과 기억들이 희미해져 갈 것이다. 하지만 그때를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가족들이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가족과 함께 있었던 일들과 시간들이라면 늘 즐겁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어 잘 떠올려지는 것 같다. 만약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과거의 시간들을 잘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아무리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기억을 다시 쉽게 되살릴 수 있게 해주는 대상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본 ‘작은 빛’은 내가 우리 가족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영화이다. 작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빛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주인공 ‘진무’가 캠코더로 버스를 타면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찍으며 시작한다. 진무는 자신의 어머니 집에 도착해서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딱 하나 특이한 점은 캠코더로 계속해서 그런 일상을 찍었고 엄마도 찍었다. 진무가 이렇게 찍는 것은 이유가 있었는데 그는 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수술받는 부분이 약간 위험한 부분이라서 수술하고 난 후에 기억을 잃을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런 일에 대비해서 자신이 나중에 기억을 잃었을 경우 그 캠코더 영상을 보면서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한 것이었다. 진무는 이 일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향에 온 것이었다. 며칠 후에 자신의 누나와 조카가 놀러 왔다. 그들은 집에서 같이 밥을 차려먹었다. 그때도 진무는 조카와 함께 캠코더로 모든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진무는 누나와 엄마에게 알리고 난 후 자신의 형에게도 알리기 위해 형과 만나서 저녁도 같이 먹고 집에서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누나는 그의 친누나가 아니다. 그의 가족관계는 복잡한데 누나는 엄마가 친아빠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고 나중에는 아빠와 헤어졌다. 그리고 진무는 형 ‘정도’가 있는데 형의 친엄마는 친아빠로부터 떠났었고 나중에 누나의 친엄마와 형의 친아빠가 재혼을 하여 그 사이에서 진무가 태어난 것이다. 복잡한 가족관계이지만 진무는 더욱 그런 형과 누나와 친해지고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머리를 염색해 주고 어머니 혼자 나와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도 영상으로 남기려 했고 어머니는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찍으라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정장을 입고 영상을 찍었다. 그렇게 영상을 다 찍고 나니 그 속에서 자기도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마침 아버지 묘에 나무뿌리가 자라나서 아버지의 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가족 모두가 다 같이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묘를 파헤치고 인부들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라서 그냥 나두고 내려가 버린다. 이 상황에서 가족들은 아버지가 죽어서도 끝까지 힘들게 한다며 한숨을 쉰다. 그렇지만 아버지도 가족인지라 겨우겨우 해결하여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같이 산을 내려온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갑자기 바로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리 가족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라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랜만에 가족들을 머릿속으로 깊이 떠올렸던 것 같았다. 영화는 그다지 큰 사건과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굳이 따지자고 하면 뇌 수술을 받고나서 기억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내용은 그저 우리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인 가족들과 만나고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등의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모습조차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없다, 귀찮다, 바쁘다 등의 핑계들로 가족들 서로 간의 소통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 시대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더욱 가족들 서로간의 소통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엄마와 아들이 같이 밥을 먹고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친한 친구나 형제를 만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 간의 소통이 많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영화를 통해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보았던 것 같았다.

 

우리가 “가족”하면 떠오르는 가족 구성원들과는 다른 구조의 가족이 나온다. 아버지는 없고 친누나, 형이 아니고 그리고 엄마로 구성된 가족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은 그런 것을 무시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는 많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다문화 가족, 한 부모 가족, 무자녀 가족 등 많은 이들이 다양한 구성의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족들을 고정관념을 갖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가족이 꼭 무엇이 부족하거나 다르다고 가족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남들의 가족과 조금 다르고 차이가 있다고 해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족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로 가족을 찾아보아도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고 정의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도 모두 똑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진무의 가족이 평범한 가족 구성원은 아니었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친누나, 형 같았고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나쁜 시선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쓸쓸하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가족에 대해 너무 큰 고정관념과 편견이 박혀 있다고 생각해 아쉽고 그런 생각들이 빨리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가족들에 대한 소중함도 잃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을 보면 ‘작은 빛’이다. 말 그대로 작은 빛이다. 나는 빛을 가족이라고 해석했다. 빛은 우리들에게 사소하고 작지만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아주 단순히 생각해서 빛이 없으면 우리들은 어둠 속에 갇힐 것이고 밤에 활동을 하지 못하고 색깔도 보지 못한다. 그만큼 빛은 소중한 존재이다. 빛이 생기면 크게 변할 수 있다. 우리들은 빛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으면서 우리들이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가족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가족이 얼마나 클까? 마음으로든 직접 피부로든 느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연하니까, 당연한 존재이고 당연히 우리 곁에 있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라지는 것이다. 빛이 사라지면 어떨까? 살지 못하고 빛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것이다. 가족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사소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라지게 된다면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지 알 수 있다. 사소하고 우리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 일상 속에서 사라지면 우리 인생의 뼈대와 같은 중심이 빠지기 때문에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들은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가족이 얼마나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지금까지도 돼주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알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금씩 일깨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 “작은 빛” 영화를 통해서 우리들의 일상 속에 주어지는 사소한 것들이 사라지거나 잃어버리면 다른 어떤 것들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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