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칼럼] 솔샤르의 맨유, 1위에 등극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

맨유가 번리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며 2018년 8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1위 등극에 성공했다. 또한 리그 11경기 무패, 지난 시즌 포함 원정 15경기 무패 등 여러 기록들을 세우면서 솔샤르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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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선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위치에서의 불안한 빌드업, 마샬에 대한 의문 등 경기력에 관한 측면을 바라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였다.

라인업

 

 

전반전 ; 번리의 1선 수비 의도와 맨유의 후방 빌드업

 

 

맨유는 낮은 위치에서 후방 빌드업 시 4-2-3-1 대형을 기반으로 빌드업 시 최종적으로 3-1-6 포메이션을 형성하려 했다. 평소와 같이 양 풀백이 전진하고 백4 앞에 위치한 마티치(LDM)나 포그바(RDM)가 백3를 형성한 형태였고 그 앞에 위치한 중앙 MF(포그바 혹은 마티치)가 2선과 3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1선에 위치한 4FW는 번리의 3선과 2선을 오가며 볼을 받아주기 위해 움직여 패스 옵션이 되어주고자 했다.

번리는 수비 시 평소처럼 4-4-2 대형과 4-4-2 대형에서 중앙 MF가 전진한 형태의 4-3-1-2 대형을 혼용했다. 라인 간/선수 간의 간격을 좁혀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측면으로 제한시키려고 했다.

이 날 경기에서 번리가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선 크게 2가지가 이루어져야만 했다. '번리가 맨유가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할 때 그 앞선에 배치되는 중앙 MF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와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측면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번리는 맨유가 지난 시즌부터 마티치-포그바 조합을 기용했을 때, 상대가 4-4-2 대형으로 나서 2FW와 2MF가 박스를 형성해 포그바를 고립시키고 양 CB에게 후방 빌드업을 측면으로 강제시켜 U자 형태로 볼이 돌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통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다.

이를 위해서 번리가 4-4-2 대형을 형성할 때 2FW가 맨유의 두 중앙 MF를 마킹했고 맨유의 2CB를 수비 범위 안에 두어 막아내려고 했다. 양 측면 MF는 볼이 측면으로 전개되었을 때 상대 풀백을 압박하여 볼이 앞선으로 전개되지 못하게끔 하였다. 또한, 포그바(LCM)를 묶어야 맨유가 파이널 써드까지 볼 투입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4-3-1-2 대형을 형성할 때에는 한 명의 중앙 MF가 맨유가 백3를 형성할 때 앞에 배치되는 포그바(RCM)를 마킹하기 위해 전진했고 이때 2FW는 맨유의 2CB을 1vs1로 수비하려 했다.

맨유는 마티치를 활용한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할 때 그 앞선에 배치되는 포그바(LCM)가 번리의 2FW와 2CM에게 둘러쌓여 고립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맨유의 3CB이 종적인 패스를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맨유의 후방 빌드업은 측면으로 강제될 수밖에 없었고 전반전에는 양 윙어인 래시포드와 마샬 혹은 브루노(CAM)가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을 통해 측면으로의 전개를 풀어나가려 했으나 실패했다.

 

 

위 상황은 맨유가 측면으로 빌드업을 전개하는 상황이다. 풀백에게 볼이 연결되었을 때, 브루노가 쇼의 패스 옵션이 되어주기 위해서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마티치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번리의 압박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이 빌드업 과정에서 맨유가 의도했던 바이다.

하지만 이는 소튼전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한 번리는 쉽게 압박에 성공했다. 번리는 구드문드손(RM)과 웨스트우드(RCM)의 움직임을 통해 마티치(LCM)를 묶어 결국 쇼(LB)의 패스 선택지를 측면으로 제한시키고, 브루노(CAM)가 볼을 받기 위해 내려왔을 때 로턴(RB)이 빠르게 반응하여 압박하려 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웨스트우드(RCM)의 전진에 따라 2선과 3선 간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대쪽 측면 MF와 중앙 MF가 밑선으로 쳐져 세컨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롱볼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했다.

번리의 CB 듀오가 경기당 공중볼 경합 성공 횟수가 각각 4.1회, 3.1회로 리그 내에서도 높은 위치에 랭크되어있다는 점에서, 전반전에는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라인을 전진했을 때, 브루노(CAM)가 아닌 마샬(LW)이 볼을 받으러 내려왔을 때 또한 마찬가지였다. 백3를 형성했을 때 마티치가 번리의 중앙 MF와 측면 MF 사이에 공간으로 볼을 찔러주었을 때, 양 윙어인 마샬과 래시포드가 내려와 볼을 받아 맨유의 4FW가 번리의 백4와 1vs1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빌드업 과정에서 맨유가 의도했던 바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마샬(LW)의 마크맨인 로턴(RB)의 강한 압박으로 맨유의 수비 라인을 뒤로 밀어내면서 원래 맨유가 의도했던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 중후반까지 윙어 혹은 브루노(CAM)에게 맨투맨 마크를 붙이고 측면으로 빌드업을 유도한 뒤, 압박하여 U자 빌드업을 허용했다는 점은 분명 번리에게 칭찬할 부분이다.

이러한 두 상황에선 잘 압박한 번리를 칭찬하는 것이 맞는 부분이지만, 이 두 과정 모두 마티치와 마샬에게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론 마티치(LCM)의 문제점이다. 낮은 위치에서 후방 빌드업을 전개했을 때 압박에 취약하고 템포 자체도 느려진다는 점이다.

단순히, 번리가 피지컬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롱볼에 대처하기 위해 장신인 마티치를 기용한다는 전술적인 요소 중 하나로 볼 수는 있지만 노쇠화로 인해 기동력이 떨어졌고 플레이 스타일이 안정적인 빌드업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동포지션 경쟁자인 반 더 비크, 프레드, 맥토미니에 비해 볼을 잡았을 때 빠른 템포로 풀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번리가 수비 대형을 정비하기 쉬워진다.

두 번째론 마샬의 윙 기용은 결과적으론 실패다. 단순히 전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온 더 볼 상황과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모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볼을 앞선으로 빼주거나 옆으로 내주고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원투패스 없이 그저 뒤로만 볼을 연결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총평

번리의 전반전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맨유와 소튼과의 경기에서 소튼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백3 앞에 배치되는 중앙 MF에게 볼이 연결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압박했고 맨유의 후방 빌드업을 측면으로 강제시키며 수비에 성공했고 전력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만, 후반전 들어 앞선에서 2FW와 중앙 MF의 압박의 강도가 약해졌고  이에 따라 번리의 수비 라인이 낮아지고, 맨유의 풀백 위치가 높아져 측면 빌드업이 전반에 비해 비교적 원활하게 전개됨에 따라 번리의 중앙 MF와 측면 MF의 간격이 벌어져 중앙으로 볼 투입이 쉽게 이루어졌다.

 

또한, 번리는 중앙 MF간의 연계 플레이에서 맨유의 압박에 고전하며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Mid third 지역에서 점유율을 많이 헌납했고 브라운힐의 영입으로 개선이 될 거라고 기대했으나, 선수단의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부분이다.

 

맨유는 여전히 마샬의 기용과 마티치의 기용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던질 필요성이 있다. 마티치가 노쇠화로 인해 기동력이 떨어지고 갈수록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낮은 위치에서 빌드업할 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풀백의 움직임이나 공격진의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뒤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수비적으로도, 공격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적다면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마샬은 태도 문제를 떠나서 경기력적인 측면만 놓고 따져봤을 때 온 더 볼 상황과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는 선수가 되어버렸다. 카바니와 같은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오거나, 혹은 볼을 받아주고 앞선으로 볼을 전개시키는 움직임조차 해내지 못할 뿐더러 스트라이커의 1순위 임무인 득점력 조차 꽝이라면 마샬의 기용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던지는 건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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