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지윤의 교육 칼럼] 청소는 인성교육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교실 바닥을 쓸면서 나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청소는 같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수업이 끝나면 반 친구들이 다 같이 쓰레기 10개 씩 줍고 갔었던 기억이 났다. 그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을 위해 우리 다 같이 노력하고 가꾸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던 것같다. 그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청소가 더럽거나 귀찮은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하는 협동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 외에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통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교내  청소이다.  다들 한 번쯤은 지각하면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다 똑같은 대사를 하신다. "○○아 오늘 청소다."라고 말이다. 그럼 우리는 똑같은 생각을 한다. "아 망했다. 오늘 일찍 가긴 글렀네!". 12년 동안 이런 대사를 주고받은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교실 청소는 벌 또는 지각한 애들이 하는 귀찮은 것이라는 생각이 박혀버린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모두의 공간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정말 지각을 했을 때 하는 지겨운 일이던가?

 

학교는 학생들이 인성과 독립성을 키우는 공간이다.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더는 학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교실의 소중함을 알려면 청소를 단순히 처벌의 수단이 아니라 교육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한 일화를 소개해 보겠다.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인데, 만약 오늘이 자기가 청소 당번일 경우에는 반 친구들이 반을 깨끗하게 사용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술 시간에 종이를 자르는 시간에 큰 소리로 "얘들아, 자기 자리에 종이 떨어진 건 줍자!"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별거 없어 보이는 일화지만 이것을 통해 청소라는 책임감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방이 처음 생겼을 때 나는 내가 더럽히면 내가 치워야 된다는 생각에 방을 깨끗하게 썼다. 물론 집에서는 부모가 대신 청소해줄 수 있겠지만 언젠가 스스로 청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학생의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 줄 필요가 있다.

 

 

청소하는 친구를 볼 때 '쟤는 또 지각을 했나 보군.'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없애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드는 청소는 자기 공간에 대한 공동의 책임감과 애정을 통한 자발적 청소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서부터 자기 공간은 자기가 치우고 교실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소중한 공간임을 직시하도록 도와준다면 학교에서 공공물건을 파손하거나 껌을 뱉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등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서전인 『창가의 토토』는 학생들의 생각과 개성을 존중하는 진보 교육의 열풍이 불게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 이 책의 내용 중 교장 선생님인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은 아이들이 음악에 맞추어 분필로 강당 바닥에 음표를 리듬대로 자유롭게 적게 한 후, 그들이 다 그려놓은 강당의 바닥을 그들이 청소하게 했다. 자신이 분필로 적은 음표들을 나중에 내가 다시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아이들은 원칙대로 바닥에만 적고 청소하기 어려운 벽면이나 창틀같은 곳에는 적지 않았다. 이를 보아 청소는 책임감이라는 것을 저절로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그 학교의 아이들은 교장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의 일종의 청소교육으로 자연스레 책임감이라는 하나의 자질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내용을 보고 이 칼럼 주제와 너무도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신나게 벌여놓은 것을 다 같이 지우면서 그들 나름의 독립성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을 거라 생각이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하는 데 비해 인성교육이나 생활 태도 면의 교육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받아야 하는 교육이 바로 인성인데 말이다. 청소를 활용한 교육은 엄청난 시간을 뺏어가는 것도 아니고 일상에서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혼내고 다 같이 도와야 한다고 혼내는 것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저절로 행해지는 몸에 밴 인성이 필요하다. 그럴려면 성숙한 자아를 기르고 사회에 나가 책임감 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선 '더불어 하는 자발적 청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인용: https://ko.wikipedia.org/wiki/창가의_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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