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경제 칼럼] 난공불락의 성, 스태그플레이션

싱싱한 계란과 송송 썬 파를 넣은 라면은 더는 값싼 음식이 아니다. 2020년 3월 한 단에 1880원이었던 파는 2021년 3월 598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세 배 가까이 오르면서 ‘금(金)파’, ‘금(金)계란’이라는 별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상승세가 2월 중순에서 3월 초순을 지나면서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뜻 사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직접 파를 길러 돈을 아끼는 이른바 '파테크'가 유행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1

 

이를 우리나라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 역시 9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밥상 물가’의 상승이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자재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 실질적인 물가 상승률보다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이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태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사실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기가 개선되면서 소비가 늘어나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문제가 생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stagnation)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inflation)하는 현상으로, 이때의 물가 상승의 원인은 소비의 증가가 아닌 공급의 감소나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다.2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에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금리를 올리면 사람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하여 물가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금리를 올리면 경제가 더욱 침체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1970년대 발생한 석유파동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을 동반했다. 석유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석유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들에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석유파동 때는 오히려 미국과 영국에서 정부의 지출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긴축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물가는 안정되었으나 그 직후 실업률이 두 배 상승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석유파동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경기를 부양할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 확산되었다. 만약 식자재 가격의 상승이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려 지속적이고도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의 통화정책 개입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여 물가를 낮추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물가가 상승한 원인을 파악하여 상황에 맞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https://www.kprc.or.kr/consumerMain.do?lcla_cd=0759&mcla_cd=10&page=1&page_sz=10&board_id=use08&itemst_cd=0759&item_cd=0140&area_cd=101&itemsub_cd=0010&to_yyyymm=&from_yyyymm=&board=0
2.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60422&cid=47311&categoryId=4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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