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유의 교육 칼럼] 정시는 더 이상 정시가 아니다, '꼼수' 입시안

정시에 내신 반영 입시안의 부정적 평가들

 

 

서울대학교가 2023학년도부터 ‘수능 100%’로 운영해왔던 정시 일반전형에 내신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른 주요 대학들도 정시에 내신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시에 내신을 반영하면 고등학교에서의 심화 과목을 완벽히 이수하였는지를 해당 대학 면접관들이 A, B, C의 등급으로 평가하게 된다. 수능 점수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더니 전공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이다.

 

정시에 내신 반영을 하게 되면 비교적 내신 관리가 쉬운 일반고를 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명문 학군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이른바 ‘쏠림 현상’ 또한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평등권 침해를 근거로 서울대 정시 내신 반영 반대 헌법소원을 내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필자는 정시에 내신 반영에 의한 부작용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았다.

 

■ 정시 확대의 본질적인 의미인 '공정성 확보'에 어긋나게 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자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정시 전형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대입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정시 확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결여된 공정성에 대한 대안으로 요구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부가 매우 중요한데 이때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학생부의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학교 간, 지역 간 편차가 크며, 작성하는 선생님에 따라 학생부 내용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18년에는 불공정을 근거로 학종의 비율을 축소 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5,487명이 동의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책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정시 확대’이다. 정시는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오로지 점수에 의해 학생들이 평가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적다.1) 그러나 이것은 정시 일반전형이 수능 100%로 운영될 때만 성립한다. 정시에 내신을 반영하면 수능 점수와 더불어 불공정한 요소가 가미된 학생부가 정시 일반전형에 반영되기 때문에 투명한 신입생 선발 방법이라 보기는 어려워진다. 이는 정시 확대의 본질적인 의미인 공정성 확보에 어긋나는 입시안이다.

 

■ 학생들의 신뢰를 깨트린다.
2023년부터 정시에 내신을 반영한다는 것은 즉 현 고1부터 서울대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정시에 내신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발표 이후 학생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중 몇몇 학생은 수능 100%인 정시를 준비하려 내신 관리보다 수능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수능 공부 때문에 내신 관리에 소홀했던 학생들에게 정시에 내신 반영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한 학생의 울분이 담긴 글이 업로드되었다. 글을 쓴 학생은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심경을 대변하여 글을 작성했다. 글쓴이는 평소 내신 관리에 소홀했지만 뒤늦게 정시 입학을 목표로 설정하고 수능 공부에만 열중해온 학생들은 2023학년도에 서울대학교에 지원할 경우 불이익을 입게 될 수도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현 고1 학생들의 경우, 정시만 준비해왔던 학생들에게는 이번 입시안이 대입에 치명적일 수 있다. 기존 입시안에 맞게 대입을 준비해왔는데 예고 없이 바뀌어버린 입시안에 앞으로 도전해 볼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에 내신을 반영하려면 학생들이 바뀐 입시안에 맞춰 준비할 수 있도록 적어도 2021년 기준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해야 한다.2)

 

■ N수생들의 마지막 기회를 상실시킨다.
내신이 비교적 약해 대입에 실패하고 수능 공부에 몰두하여 재수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을 두고 정시에 내신을 반영하는 것은 수많은 n수생의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는 행위이며, 비교 내신을 사용하는 검정고시 졸업생들의 진학을 봉쇄하는 입시안이라고 많은 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울대학교의 편법적 수시 증원방침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는데, 청원 게시자는 "이번 입시안이 내신의 실패로 재수 중인 수많은 재수생의 기회의 사다리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3) 정시에 내신이 반영되면 같은 대학교에 정시 전형으로 지원한 n수생과 고3 수험생이 수능에서 똑같은 점수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한 고3 수험생은 합격하고 내신 관리에 실패해 재수를 택한 n수생은 탈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시에 내신 반영의 최대 피해자는 어쩌면 학창 시절 내신 관리에 소홀했던 재수생들일 지도 모른다.

 

 

수시의 단점들을 최대한 보완하고자 실행한 ‘정시 확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교로 손꼽히는 서울대학교가 정시에 내신을 반영시키자 정시의 수시화를 유도하는 '꼼수'가 아니냐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수능 점수와 더불어 학생들의 전공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고려하여 평가하기 위해 시행되었다는 정시에 내신 반영 입시안이 꼼수라는 누명을 벗으려면 한참 더 강화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다사다난한 정시의 내신 반영 입시안으로 불안감에 떨고 있는 학생들이 빠른 시일 내에 더 안정적인 입시 제도 아래 공부에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

 

 

참고 및 인용 자료

참고 1) https://ko.dict.naver.com/#/search?query=정시전형

참고 2) 서울대 선넘었음 ㄹㅇ : 네이트판 (nate.com)

인용 3) 서울대학교의 편법적 수시증원방침 철회를 청원합니다. > 대한민국 청와대 (presiden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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