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스포츠 전술 칼럼] 오버래핑 센터백에 관하여

 

 

축구엔 정답이 없다. 대인 방어가 지역 방어를 만들어냈고 패스 축구에 대응하기 위해 게겐 프레싱이 성립했듯, 약 15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축구 전술사의 역사는 끊임없는 모순과 대립 속에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감독과 코치들은 정해진 정답이 아니더라도 최선의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 다룰 내용은 오버래핑 센터백(Overlapping centre-back)에 관한 내용이다.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인 크리스 와일더와 수석 코치 닐의 리그 1 시절, 공격 숫자를 늘리기 위해 백3의 양 센터백을 오버래핑시킨다는 개념을 제시했고 이는 많은 축구 전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단순한 접근법처럼 보이는 내용에 대해 본격적으로 오버래핑 센터백에 대해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한다.

 

 

 

-오버래핑 센터백(Overapping centre-back)의 개념과 목적

 

 

 

오버래핑 센터백 (Overrapping Centre-back)은 말 그대로 센터백을 오버래핑시킨다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셰필드와 아탈란타가 있는데, 백3 포메이션을 통해 성공을 거두는 팀들이 많아진 것이 배경이다. 물론, 과거에도 센터백의 전진이라는 개념은 존재했다.

 

조나단 윌슨의 코멘트를 약간 빌리자면, " 후방에 있는 센터백이 전진한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프란츠 베켄바우어와 같은 리베로와 센터백들 중 한 명은 플레이메이킹을 해야만 했던 90년대 판 할의 팀까지 센터백들이 피치 위에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유일한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활용됐다"라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탈란타뿐만 아니라, 셰필드 전 감독 와일더는 한 명의 센터백에게만 베켄바우어처럼 '리베로'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다. 센터백의 전진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오버래핑시킴으로써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게 하거나, 페네트레이션 단계에서 직접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밀어 넣어 기회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센터백이 2명 있는 백4 포메이션보다 센터백이 3명이 있는 백3 포메이션에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아탈란타와 셰필드와 같은 팀들은 백3를 통해 이러한 접근 방식을 활용한다.

 

이 글에선 셰필드의 전체적인 전술을 다루기보단, 몇 가지 장면을 통해 '오버래핑 센터백'을 활용하는 셰필드를 중점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 오버래핑 센터백의 조건과 이점

 

 

 

오버래핑 센터백의 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한 가지 가정을 할 것이다. 셰필드는 당연하게도 수비 시 활용했던 5-3-2 포메이션에서 3-5-2(3-4-1-2)에 가까운 대형을 형성했고 수비 팀이 4-2-3-1 포메이션을 통해 수비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버래핑 센터백(Overlapping Centre-back)을 활용되기 위해선 3가지의 트리거가 필요하다. 1) 좌우 센터백이 전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마련되었는가? 2) 상대 수비수를 상대로 2vs1 찬스(내지는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인가? 3) 빠른 템포를 통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가?이다.

 

셰필드는 필연적으로 센터백을 오버래핑시키는 것이 아닌, 이러한 조건이 마련된 상태라면 백3의 좌우 스토퍼가 오버래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팀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백3의 양 CB을 오버래핑시키는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이점은 측면에서 2vs1 상황을 통해 패스 루트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셰필드의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능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보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이러한 상황이 센터백의 오버래핑을 통해 더욱 잘 수행될 수 있다.

 

볼을 소유하고 있는 오코넬(LCB)이 전진은 수비자 7번이 수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이 센터백의 전진이 아닌 윙백이 볼을 잡은 상태에서 전진하게 된다면 수비자 7번과 1vs1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지만 이와 반대되는 경우에는 수비자 7번을 2vs1 상황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만약, 수비자가 볼 소유자를 직접적으로 추격하게 된다면 1) 측면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윙백에게 패스를 연결하거나, 2) 노우드(CDM)을 통한 반대쪽 측면으로의 전환 혹은 리턴 패스를 활용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볼 소유자가 볼을 몰고 대각선으로의 전진을 통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릴 수 있다.

 

수비적으로 본다면 상대 수비수가 마크맨을 설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상대 수비 대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단순하게 센터백의 오버래핑을 통해 이러한 이점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1) 센터백이 오버래핑이 아닌 언더래핑을 시도하거나, 2) 윙백이 언더래핑 혹은 박스 안으로의 침투를 시도하는 등의 움직임. 3) 양 중앙 MF의 패스 & 무브를 통한 하프 스페이스 침투가 그 예시가 이를 극대화시켜준다.

 

 

두 번째로는 수적 우위를 통한 크로스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누가 삼각형을 이루고 누가 언더래핑을 시도할 것인가? 누가 오버래핑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제약 없이 누구나 유기적으로 이 롤을 맡을 수 있다.

 

역시나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계속적으로 삼각형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적어도 3vs3의 수적 동등이나 3vs2의 수적 우위 상황을 점할 수 있다. 왼쪽 사진에서는 LCM에게 수비수 두 명이 달라붙은 시점에서, 측면으로의 공간이 발생했고 이 공간으로 LCB가 오버래핑함으로써 크로스 기회를 창출해낸 것이다.

 

두 번째 상황에서는 센터백의 오버래핑이 아닌, 언더래핑을 통해서도 크로스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다. 볼을 받은 발독(RWB)을 마크하기 위해 상대 레프트백이 끌려나가게 되면 자연스레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 공간인 하프 스페이스가 노출되어 RCB가 언더래핑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옵션을 가져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능력은 크로스를 선호하지만 슈팅 혹은 컷백을 통한 공격 방식 등 다양한 옵션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프 라인까지 전진한 센터백 근처에 좌우 윙백, 그리고 삼각형을 주기적으로 형성해 줄 수 있는 노우드(CDM)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상황에 따라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좌우 FW 혹은 좌우 중앙 MF의 존재가 삼각 패스를 통해 볼을 전방으로 운반하여 센터백이 오버래핑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오버래핑 센터백'이 가능한 이유다.

 

세 번째로는 상대 공격수에게 수비를 강제시킨다는 것이다. 셰필드가 CB의 전진을 통해 +1의 수적 우위를 형성했다면 셰필드의 전진을 쉽게 허용하게 된다. 상대는 따라서 셰필드에게 뒷공간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는 역습에 능한 공격수가 아닌 이상 수비에 가담하러 내려오기 때문에 셰필드는 센터백을 오버래핑시킴으로써 생기는 리스크가 최소화된다.

 

 

- 오버래핑 센터백의 약점

 

이러한 전술적 움직임 또한 약점은 존재한다. 3-5-2 포메이션 특성상 필연적으로 볼 주위 지역에 위치한 센터백이 전진 혹은 오버래핑을 시도할 때, 공격 방향 반대쪽에 위치한 CB이 내려오는 움직임을 가져간다고 해도 1차 빌드업 과정 혹은 중앙 MF 지역에서 볼을 잃게 되면 스위퍼 역할을 맡은 이건은 상대 공격수와의 1vs1 혹은 2vs1 경합 상황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셰필드는 이에 대해 크게 3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려고 한다. 첫 번째로는 소유권을 잃은 자리에서 빠르게 소유권을 되찾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센터백의 빠른 복귀와 선수 간의 좁은 간격 유지가 이루어져야 여러 명이서 볼을 소유한 상대 선수를 둘러쌓은 채로 소유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

 

두 번째론 빠른 템포의 공격이 이루어져야 한다. 느린 템포를 통해 볼을 끌게 되면 실수가 발생하고 낮은 지역에서 소유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셰필드는 점유율을 가져가며 느린 템포의 빌드업을 시도하기보단, 점유율을 포기하고 빠른 템포의 빌드업을 추구하며 대각선 패스가 잦다.

 

*셰필드는 실제로 19/20시즌 리그에서 평균 점유율 순위가 44.4%로 전체 20개 팀 중 17위를 기록했다. 20위 뉴캐슬(41.8%), 19위 번리(43.9%), 18위 왓포드(44.3%)

 

 

-결론

 

 

오버래핑 센터백은 전 셰필드 감독 크리스 와일더와 수석 코치 닐에 의해 탄생해 전술가들에게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투헬의 첼시 또한 아스필리쿠에타를 상황에 따라 오버래핑에 가담하게 하여 좋은 공격 장면을 연출해낸 것도 이 전술적 움직임의 예시이다.

 

이 전술적 움직임은 측면에서의 숫자 싸움 혹은 미드필더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뿐만 아니라 크로스 능력을 갖춘 센터백을 페네트레이션 단계에서 활용하게 될 경우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많다는 건 분명 축구팬인 필자의 입장에선 재밌다. 현재의 이 전술이 좀 더 보완된다면 축구 팬들의 재미는 더욱 증가하지 않을까 한다.

 

모순과 대립 속에서 발전해 온 축구 전술사의 역사는 관중들에게 더 멋진 경기를 선사하기 위해서 혹은 팀을 승리로 이끌고 트로피를 따내기 위해서 일하는 감독들과 코치들의 열정적인 연구에 의해 발전되고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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