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정치 칼럼] 정책없는 선거를 넘어 더 나은 논쟁을 향하여

듣보잡 정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참 우여곡절도 많았던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양대 정당의 후보 모두 너무나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선거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인한 궐위에 의해 치뤄진 선거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맛붙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다시 정책 없는 선거가 되어버렸다. 필자는 더 좋은 논쟁을 위해서라면 군소 후보들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에 선거는 네거티브 공방이 가득했다. 정책을 놓고 대결하고 논쟁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철수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서로의 정치적 논란에 대한 공방만이 오갔다. 이후 본선에서도 오세훈과 박영선은 서로 네거티브에 압장섰다.

 

정작, 공약에서는 두 정당 모두 대동소이했다. 이번 선거에서 시장의 임기는 1년 짜리였으나, 두 후보 모두 대선에 나올 법한 공약들을 들고 나왔다. 1년이 임기인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잘 해봐야 자치경찰제 등 새로 시행되는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된 초석을 놓고, 자치 단체의 인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정부와 정책 협의를 마치면 1년은 금방 갈 것이다.1

 

그런데도 저렇게 큰 규모의 공약들을 내세우는 이유는,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거대 양당의 후보 양측에는 정책을 내세울 이유는 딱히 없는 것이다. 지역 발전보다는 차기 선거의 정치적 의미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공약은 토론회에서만 서로 검증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바로 내년에 있을 20대 대선, 그리고 8대 지선을 위한 디딤돌의 의미가 더 강했다. 정권 심판론과 국정 안정론의 대결이었던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다뤄주었어야 했을 논쟁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두 후보 중 어느 후보도 거대 정당의 역량에 맞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 통쾌한 진단과 처방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선거는 그저 현재와 현재의 싸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아무런 희망이 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두 후보가 아닌 좀 다른 곳에 있었을 뿐이다.

 

이들보다 주목을 덜 받았지만 역시나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있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무소속 신지예 (전 녹색당), 여성의당 김진아, 진보당 송명숙,  그리고 미래당 오태양. 바로 이들이 이 그 주인공이다.2 비록 후보 개개인의 지지율은 1%도 안될지 몰라도, 이제는 이들이 내미는 목소리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작 우리 사회가 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들을 선택한 것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의 주인공은 노동자,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아야 했던 사람들 아닌가.

 

이 군소 후보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후보 개개인과 정당의 정치적 역량이 아직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국가혁명당의 허경영 후보보다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새로운 어젠다들을 들고 출발하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정치야 말로 이제는 우리 정치의 동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낡은 보수 정치, 구태의연한 386, 586 진보 정치 모두 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이들이 걸어가는 길을 주의깊게 지켜보자. 우리에게는 언제나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가 있다.

 

오세훈 당선인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분들께도 심심한 축하를 드린다. 이번 승리가 결코 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님을 끝까지 잊지 않기 바란다. 

 

각주: 

참고: 2021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답변서 공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2021.03.29,  http://manifesto.or.kr/?p=7890&page_num=4236

참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http://info.ne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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