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독서 칼럼] 우리는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고, 부모님과 우리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는 이 제목만으로 이 책은 나를 이끌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일반 도서이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러나 줄거리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책 제목을 비롯하여 줄거리는 나에게 이 책에 대한 더 큰 기대감을 주었다.

 

 

이 책은 1980년대를 살아가는 은유와 2016년을 살아가는 은유가 서로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가장 큰 특징은 오로지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처음 시작 또한 편지이다. 2016년 은유네 아빠는 은유에게 1년 뒤에 나오는 편지를 쓰자고 했고, 아빠의 처음 보는 어색한 모습에 화가 난 은유는 자신의 감정을 그 편지에 다 담았다. 그런데 엄청난 일이 생겼다. 그 편지가 1980년을 사는 10살 은유에게 간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은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러나 1980년을 사는 은유는 2016년의 은유가 몇 주를 살 동안 3년, 많으면 10년을 산다. 그래서 그 둘은 언니 동생 사이에서, 친구가 되었다가 다시 동생 언니가 되고 나중에는 이모와 조카까지 나이 차이가 나게 된다. 알고 보니 이 둘은 엄마와 딸 사이였다. 그러나 이 둘은 2016년의 은유가 태어나는 그 순간, 딱 한 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은유는 그 이후 아빠의 진짜 마음이 편지와 전해지지 않은 1980년의 은유의 편지를 받고 이 소설은 끝난다.

 

나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한 번도 책을 읽으면서는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마지막 결말 부분은, 이전 내용 책을 읽으면서 은유의 아빠에게 들었던 그 화난 감정, 부모가 아니라고, 부모가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했던 그런 나의 모습이 미안해졌다. 표면상으로 나타난 은유 아빠의 모습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슬펐고, 더 반전이었다. 은유와 은유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생긴 일들, 그 일이 더 내 마음을 울렸다. 어쩌면 엄마가 은유의 엄마이기 전부터 은유와 엄마는 이야기한 셈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썼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원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평소 생각한 엄마는, 그리고 책에서 자주 봐왔던 엄마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잔소리만 하는 엄마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엄마가 그러지 않았다. 물론 은유와 엄마가 같이 성장하며 말이 통한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엔 동생으로, 다음엔 언니로, 그다음엔 엄마로 만난 은유는 서로의 시대가 다르더라도 말이 잘 통했다. 어쩌면 우리가 엄마와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느낀 것은 엄마를 그저 ‘엄마’로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은유와 은유처럼 이야기한다면, 때론 친구처럼, 언니처럼 이야기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면서 부모님과 많이 부딪히게 된다. 우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잘 모른다. 이 책에서 은유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의 마음을 몰랐다. 우리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부모님만 내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부모님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보고 인정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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