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정치 칼럼] 어떤 진보가 죽었는가

 

칼럼니스트는 논쟁하는 사람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은 진영에 있는 사람과 논쟁하는 것도 칼럼니스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번째 칼럼에서는 미디어경청에 나온 다른 기자의 기사를 비판하고자 한다. 그 기자처럼 정치적 견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절차는 생략하겠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다분히 논쟁적인 글이 될 것이다. 불편할 누군가도 있을 수 있겠다만, 이 글은 불편하게 하고자 쓰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그 칼럼에서는 진보의 실패 원인을 진보적인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여당의 독재를 꼽고 있다.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진보는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러니 개혁을 열망했던 국민이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1

 

작은 부분부터 비판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우선적으로 보수 진영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단어 선택은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극좌스러운, 극우스러운 등의 표현이라던지, 여당의 독재라는 표현이라던지... 하지만 이런 것에 걸고 넘어지는 것은 진보답지 않을테다. 그래서 필자는 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그대가 말하는 진보는 어떤 진보인가? 그대는 어떤 진보주의자인가? 소위 ‘진보 진영’인 그대에게 민주당은 진보였는가.

 

운동장에서 2개의 팀이 스포츠 경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운동장이 기울어져 한 팀은 아무리 공을 열심히 차봤자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를 뿐이다. 다른 팀은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고서 공을 골대에 넣을 수 있다. 결국 아래에 있는 팀이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장 위에 남아 있기 위해 고군분투할 뿐이다. 지금 우리 나라가 이런 모습이다. 태생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아마 미래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그럴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 가난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가난해지는 것을 막는 일 뿐이다.

 

이 운동장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는 세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들도 두 가지 조류로 나뉜다. 첫 째 보수는 운동장이 기울어져도 그것은 자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둘 째 보수는 운동장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 쉽게 만들자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부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둘 째 보수와 비슷하지만,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머지 부류는 진보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운동장은 왜 평탄하지 않은가, 그리고 왜 팀의 실적에서 불균형이 나타나는가에 주목한다.

 

그  동안 우리 정치를 휘어 잡았던 것은 보수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정치의 주변부와 현장에서 곁돌고 있다. 국민승리21 시절부터 이어진 진보진영과 민주당계 정당 사이의 치열한 정치적 대립에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하겠다. 진보주의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대가 말하는 경제를 모르는 진보는 이름만 진보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실패와 재귀를 이어가면서 겪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민주당 정권만의 작품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정치 권력이 오간 결과이다. 그 동안 진보주의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부동산 세습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 (혹은, 변혁)이 없는 이상 운동장은 계속 기울어진 채로 남을 것이다.

 

그대에게 민주당은 진보였는가? 문재인은 ‘노동 존중 사회’를 내걸었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던지 하는 공약들을 포기하고, 기업과 타협하는 행태를 계속해서 보여 왔다. 노조의 반발은 무시되었고, 임종석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은 약자가 아니다”는 말까지 했다.2 그런데 민주당을 진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제 레닌의 고전적 질문을 다시 끌어 오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앞으로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간단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내리려고 하지도 않겠다. 다만,  오류는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진보였다는 착각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필력이 부족하여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점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다만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자 한 명의 진보주의자로서 반드시 말하고 싶었던 의견이기에 이렇게 미디어경청의 공간을 빌려 논쟁하고자 한다.

 

 

각주:

1. 인용: 진보는 죽었다, 2021.04.12., 미디어경청 , https://www.goeonair.com/news/article.html?no=22117

2. 인용: “민노총 더 이상 약자 아니다”는 청와대의 깨달음, 2018.11.08,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105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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