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사회 칼럼] 노조가 기득권이라는 당신에게,

우리나라는 헌법 33조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 즉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단결할 권리, 즉 노조를 설립할 권리인 단결권을 가지며, 노조를 앞세워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권리, 즉 단체 교섭권을 가지며, 만일 사용자가 응하지 않거나 불성실할 경우 파업 또는 태업같은 노동 쟁의를 할 수 있는 권리, 즉 단체 행동권을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

 

Members of Transit Workers Union Local 100 address the crowd at the Occupy Wall Street encampment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시선이 별로 좋지 않다. 특히 경제 신문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 버렸다는 비판이 많다. 귀족 노조라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특히 한국 GM(제너럴 모터스) 노조의 파업 이후로 이런 시각이 더 커졌다. 회사가 망해가는 상황에서도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노동권 보장과는 거리가 먼 나라 중 하나다. 국제 사회는 우리나라를 노동권 5등급, 즉 아프리카 국가들과 동일한 수준의 보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노동권이 명시는 되어 있지만, 아직 보장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에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비준했다. 그러나 아직 입법 과제는 차고 넘친다.

 

처음 통계가 기록된 1977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25% 정도 수준에 달했다. 1/4 정도의 노동자들이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사업장에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후 노조 조직률은 점점 떨어졌다. 지금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를 겨우 웃돈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자신을 대변할 목소리도 가지지 못한다는 말이다.1 노동권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ILO 핵심 협약까지 채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 외에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설령 노조를 설립한다고 해도, 각종 불이익을 받기 일쑤다. 우리나라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정부 정책에 반발해 하는 산별 노조 혹은 상위 노총의 파업은 불법 판결을 받거나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벌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사법부도 기업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뿐만 아니다. 각종 노조 방해가 판을 친다. 불법 전보로 조합원 흐트러 놓기, 자회사로 조합원 분열하기 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2015년 노동절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말이다.정부가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을 설립하고 추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책이나 법에 사각 지대가 생길 때도 있다. 이럴 때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익 집단'이다. 

 

강한 노조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오히려 약한 노조가 경제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노동권이 덜 보장될 수록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관계가 심해지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는 악영향이 올 수 밖에 없다. 독일은 노동권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기업 구조도 한국과 다르게, 노동자들과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경제 위기에서도 안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을 경제의 만악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시선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첫 방어막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바꿔야 한다. 강성 귀족 노조의 병폐를 탓하기 전에, 왜 다수 기업의 노동자들은 노조 하나 만들지 못하는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봄날, 노조를 다시 생각한다. 이제는 노동권이 국가 경쟁력과 국격의 새로운 지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각주:

인용: 버락 오바마는 왜 “노조에 가입하라” 말했나, 전혜원, 시사in. 2018.4.12,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64

2 참고: 노동조합 조직현황,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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