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의 사회 칼럼] 성소수자를 위한 교회는 불가능할까

언젠가 한 신부님의 강론을 들은 적이 있다. 교인들이 외식하러 나오면 성호를 긋는 것을 꺼린다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성직자의 이름을 걸고 추악한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발언들을 할 때도 그렇다. 요즘은 성소수자(LGBTQ+)를 단죄하는 교회를 볼 때도 그런 생각이 든다.

 

 

가끔씩 교회의 이름을 걸고, 동성애는 죄악이다, 질병이다, 치유 가능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용감한 교회들의 사례들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었던 것이다. 한국주교회의도 공식적으로 차별금지법에 반대했다. 얼핏보면 교회의 교리와 반대되지 않는 것 같지만, 차별금지법의 내용 중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단서 조항들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교리를 살펴보면 너무 복잡한 면이 많다. 수천년의 역사를 맥락으로 한 성서비평학적 접근부터 수천 페이지가 넘는 문헌을 배경으로 한 접근까지. 그러나 성경은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류 해석이 되었다.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죄인 취급을 받기 일쑤다.

 

가톨릭 교회는 2008년, UN에서 바티칸 대표단을 통해 시민결합 등의 제도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편 적도 있다.1 

 

이런 교회를 볼 때마다 그 강론이 생각난다. 그 신부님이 말하신 것처럼,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앞에서 당당하다. 그런데 교회가 특정 교인들의 정체성이 교회의 가르침에 반대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존엄성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성소수자는 몇 백년 동안 우리의 곁에 있었지만, 우리는 많은 기간 진지한 논의를 하기 보다는 막연하게 단죄하고 있었다. 최근에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식의 플래카드나 현수막같은 것을 본 적이 많았을 것이다. 교회의 눈으로 볼 때 죄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럴 필요 까지 있을까? 

 

헤겔은 모든 사람이 '인정 투쟁'을 벌인다고 보았다. 그는 이것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설파했다. 인정 투쟁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투쟁이다.2 즉, 자신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기 위한 싸움인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자기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분명히 존재한다. 성소수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제는 과학적 연구도 많이 쌓여,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 많다. 그럼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 특히 교회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은 것은 분명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혹시 우리가 (교회의 경우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로 접근하는 것이, 일상에서 성소수자를 접할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을 다룬 문학 작품들이나 영화 등의 문화 컨텐츠가 많이 나왔음에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일상에서 우리가 그들을 만날 일도 많이 없다.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것, 즉 커밍아웃(coming out) 자체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퀴어퍼레이드도 각종 좋지 않은 논란들만 가득하다. 성소수자를 일상에서 직접 접할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와는 다른 사람, 뭔가 이상(queer)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교회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확실히, 지금같은 태도는 안될 것이다. 성경에 여성차별적인 내용이 많지만 교회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서 이미 양성평등을 선언했다. 시대에 따라 교회도 변하는 것이다. 이제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온정과 포용의 정신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성소수자를 위한 교회는 몰라도, 적어도 성소수자도 다닐 수 있는 교회는 가능하지 않을까.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가치는 자유와 사랑이다. 그러니 교회도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도 오직 신 앞에서 당당한 한 인간이다.

 

각주:

참고: STATEMENT OF THE HOLY SEE DELEGATION AT THE 63rd SESSION OF THE GENERAL ASSEMBLY OF THE UNITED NATIONS ON THE DECLARATION ON 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2008.12.18, https://www.vatican.va/roman_curia/secretariat_state/2008/documents/rc_seg-st_20081218_statement-sexual-orientation_en.html

참고: Phenomenology of Mind, Hegel, https://www.marxists.org/reference/archive/hegel/ph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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