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이의 영화 칼럼] '미나리'에 대한 단상

척박한 환경에서도 미나리는 잘 자란다

 

 

지난 4월 영화 '기생충'의 업적에 이어 대한민국 영화계의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 배우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는 아시아인으로서 1957년 일본의 우메키 미요시 배우가 '사요나라'라는 영화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래로 63년 만에 이루어낸 값진 결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크리틱스 초이스 등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을 휩쓸었다. '미나리'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누적 관객 수는 111만(2021.05.17. 박스오피스 기준)이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의 '아칸소'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은 '제이콥'과 '모니카' 내외, 둘의 딸인 '앤'과 아들 '데이빗',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이다. 가족들에게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고 싶은 '제이콥'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다.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남편 때문에 부부는 자주 충돌하지만, 농장일을 멈추지 않고 이어간다.  부부가 일 때문에 너무 바빠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 없게 되자 '모니카'는 어머니 '순자'를 모셔 온다. 그러나 '데이빗'은 처음 본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다. 성공적인 이주 생활이 이루어질 것 같지만, 티격태격 충돌이 끊어지지 않는 '제이콥'의 가정은, 이러한 혼란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영화에서 '순자'는 "미나리는, 어디에 있어도 알아서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줘."라고 말한다. 실제 미나리는 쌍떡잎 여러해살이풀로, 어디서든 터만 잡으면 잘 자란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 때문에 "미나리 도리듯 하다."라는 관용적 표현까지 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의 제목을 통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터전을 가꾸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다. 필자는 본 영화가 힘든 정착의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을 떠올렸다. '엄마의 말뚝'은 연작 소설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나'의 '엄마'의 고된 서울살이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작품을 보면 공통적으로 낯선 장소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어려운 삶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안에서조차 터전을 옮겨 정착하기 힘든 상황을 살펴보면, 영화 속 '제이콥'의 가족처럼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터전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는 감히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한 평론가는 '미나리'가 흥행한 이유를 미국의 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이민자들의 나라이기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잡아준 선대의 희생이 이민자들 사회에서 징표가 되며, 이러한 측면이 다민족 국가인 미국인들의 동일화를 강하게 이끌었다고 주장했다.1 특히 그는 여러 측면에서 남미계, 스페인계, 또는 흑인계 등의 사람들에게 공명감을 일으킨 것에 주목했다.2 우리는 '미나리'의 흥행을 통해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여 삶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를 이겨내는 모습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발견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일단 뿌리를 내리면 억세게 자라나는 '미나리'의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우리 인간의 피땀 흘린 삶의 모습과 닮았다.

 

 

각주: 참고 및 인용

1, 2: "[이슈 완전정복] 한국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윤여정 기자회견, 미나리 집중 분석"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1400/article/6160467_349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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