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하의 문화 칼럼] 그들이 천재들을 대하는 태도

영화 '자산어보'를 보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영화관 운영 시간의 제한, 좌석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해 영화계는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으며, 관람객 입장에서는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최신 영화를 관람하는 즐거움도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도 미국 이민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영화 '미나리'가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최근 개봉한 '자산어보'도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 대형화면으로 좋은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자산어보는 2021년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분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당연히 누구나 알고 있듯 영화 '기생충'이 대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자산어보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역에 영화배우 설경구, 그리고 그에게 바다생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섬마을 청년 '창대' 역에 영화배우 변요환이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흑백 영화이다.처음으로 보는 흑백영화인 데다 시대극, 역사물이어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흑산도의 모습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정약용 형제의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었다. 사극, 역사물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영화뿐만 아니라 박열, 동주, 사도 같은 많은 사극 영화를 만들었고 이번에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좋은 작품을 선보였다.  영화 '자산어보' 안에는 조선 후기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정약용 형제와 천주교, 서학, 그리고 신유박해, 황사영 백서 사건 등이 등장하며 정약전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만든 자산어보라는 어류도감을 만드는 과정과 제자 창대와의 에피소드, 고단하고 힘든 유배지 생활이 영화에 잘 녹아있었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영화 속 정약전의 명대사 "주자는 참 힘이 세구나"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여기서 말하는 주자란 성리학을 뜻하는 것이고 조선 후기 개방과 개혁을 멀리하는 답답함을 표현하는 명대사이다.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오직 유교와 성리학만을 따르며, 다른 문화를 거부하고 멀리하는 그 시대 안에서 정약용 형제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정약용은 조선 후기 정조 시절, 거중기를 이용하여 수원 화성을 빠른 시간 안에 완벽한 형태로 건립하였고 한강의 배 다리를 준공시키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또한 정조의 많은 신임과 사랑을 받았으나, 정조 사후 순조가 어린 나이에 왕에 오르자 정약용을 비롯한 그의 형제들을 시기하는 세력들로 인해 천주교를 믿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가족들 대부분이 순교를 당하였고 정약용과 정약전은 멀리 유배를 당했다. 

 

비슷한 시기의 서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비교되는 정약용은 그에 못지않은 천재였지만 과연 그 시대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천재를 대하는 태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었을까? 우리 편이 아니면 적대시하고, 니 편 내 편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분열이 생기고 훌륭한 위인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창 전성기 시절, 머나먼 유배지에서 죽을 때 까지 벗어나지 못한 정약용 형제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큰 불행이며 손해지만 그 유배 생활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자산어보'도 '목민심서'도 볼 수 없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각주-출저]

참조: 네이버 영화 정보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9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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