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크눌프'를 읽고, 세상에 나쁜 삶은 없다

주어진 삶 속에 숨겨진 뜻을 발견하라,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 사람들은 보통 부귀와 영광을 누리며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삶을 좋은 삶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까내리며, 불만족한 삶을 살아간다. 크눌프도 그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대인들이 삶의 원동력을 얻기에 훌륭한 글이 될 것이다.1

 

크눌프는 방랑자였다. 그는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즐기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하기도, 때로는 정착된 삶을 살라고 충고하기도 했지만, 그는 여유롭고 의연하게 충고를 흘려들었다. 그가 처음부터 방랑자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도 한때는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남들로부터 보여지는 옷차림에 과하게 신경 쓰고, 본인의 여행 수첩을 더더욱 완벽하게 만들려는 욕망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잃고, 아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입양 보내면서, 그의 안정된 삶을 향한 꿈은 무너졌다. 크눌프의 이러한 상처는 그를 힘들게 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이 상처를 극복하고 남을 치유하는,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로서 삶을 살게 된다.2

 

크눌프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사색적인 것을 좋아했고, 자신의 지식과 화술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입을 닫는 지혜까지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의 탁월한 지혜와 철학, 그리고 가치관에 가히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구세군이 되고 싶다는 말과 그 이유가 나를 감동케 했는데, 그는 사상가나 교수보다 구세군이 더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지혜자’들보다 구세군에게서 ‘진실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또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 어떤 것의 아름다움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슬픔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언젠가는 쇠락할지도 모르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40세가 된 크눌프는 자신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크눌프는 중간에 옛 친구(폐렴 환자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의사 친구)의 방해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종말을 맞이한다. 그것이 단지 그의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하나님의 임재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죽음에 가까워가는 크눌프와 하나님의 대화는 참 인상적이다. 크눌프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한탄하고, 불평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크눌프의 방랑하는 삶을 하나님께서 원하셨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그의 삶을 통해 정착하여 안주하며 살아가는 자들에게 ‘자유’를 일깨워주고자 하셨고, 그의 ‘운디드 힐러’로서의 삶 속에 언제나 동행하셨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깊은 뜻을 깨달은 크눌프는 수줍게 웃으며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다’고 말하며 세상을 떠난다.

 

크눌프와 하나님과의 대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헤르만 헤세는 기독교인이었기에,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발견한 교훈은 우리의 모든 삶이 하나님의 계획이었고, 기쁘신 뜻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진정한 삶은 어디에 있는가? 세상에 나쁜 삶은 없다. 모두의 삶은 다르지만, 그 가운데에 하나님의 어떤 뜻이 숨겨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의 부귀와 영광을 좇기보다, 주어진 삶 속에 숨겨진 뜻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삶에 좋고 나쁨의 기준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두의 삶이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 「행복」, 하니 中

 

▶ 참고1: 헤르만 헤세, 『크눌프』, 이노은 옮김, 민음사(2004)

▶ 참고2: 「운디드 힐러」, 네이버 블로그 '향기나는사람'(blog.naver.com/gerzang/22137311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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