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영의 영화 칼럼 XIII] 시간에 대하여 영화 '어바웃 타임'

매일 똑같은 일상에 싫증이 났다면 봐야 할 영화

 

영화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와 관계없이 이 유명한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줄거리는 모르더라도 제목만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러브 액츄얼리, 그리고 노팅힐의 각본을 담당한 리처드 커티스의 로맨스 영화 '어바웃 타임' 말이다. 정말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 이자 최고의 로맨스 영화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리도 극찬을 받는 것일까? 이 영화가 명작인 까닭이 단순히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일까?

 

주인공 '팀'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집안 대대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모태솔로였던 그는 이 특별한 능력을 통해 연애에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좌충우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팀은 여자친구 메리와의 연애에 성공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럼 이제 이들의 앞날에는 꽃길만 펼쳐진 걸까?

 

 

명작은 다른 영화들과 가진 차이점이 있다. 바로, 관객들이 여러 번 본다는 점이다.  이유는 '여운이 남아서' 혹은 '' 등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무슨 이유로 다시 보든 간에, 관객은 처음 볼 때와는 또 다른 장면을 찾고 듣지 못했던 대사를 듣는다. 그리고 한층 더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어바웃 타임' 은, 마치 소가 여물을 씹듯 여러 번 시청해야 하는 영화다. 처음 볼 때는 단순히 시청각적 만족도가 높은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다시 한번 보면 가족의 관계, 그리고 또 다시 한번 보면 시간의 중요성을 논하는 영화라는 걸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가 맞다.  달달하고, 보는 이에게 사랑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을 후벼판다.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영화가 가장 효과적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주인공과 깊은 유대 관계를 지닌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처드(감독)는 팀의 인생의 길라잡이였던 아버지를 죽게 한다. 이걸 흔히 신파 요소라고 한다. 그리고 대게의 신파 전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으면 무작정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며 마무리하는 영화가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바웃 타임'은 다르다. 아버지의 죽음은 힘든 일이 있으면 아버지께 조언을 구하고 몇 발짝 도약하던 팀의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는 계기가 된다.  누군가의 죽음이 단순히 어정쩡한 결말을 맺는 요소로 이용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성장을 도모한다.

 

스토리의 진행 방식이 세련되다고 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대게의 영화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코미디 영화면 코미디에만, 로맨스 영화면 로맨스에만, 액션 영화면 액션에만.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 장르에서 저 요소를 잘 녹이기는 쉽지 않지'라며 눈감아주기 때문이다. 일종의 면죄부인 셈이다. 그러나 어바웃 타임은 다르다. 로맨스 영화라는 이유로 '로맨스'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팀과 아버지, 팀과 동생, 팀과 아내, 팀과 아이의 관계 등 모든 인물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뿐만 아니라, 팀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하루를 두 번 살던 그는 처음부터 하루에 최선을 다하면 굳이 두 번씩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영화의 말미에서, 팀은 더는 시간을 돌리지 않기로 다짐한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팀조차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다시 돌아올 순간이라 여기며 허무하게 지나친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면 마음 한편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든 것 - 연인, 가족, 시간 - 이 결국은 "소중함" 과 "최선"이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삶이 지치고 모든 날이 똑같이 느껴질 때, 어바웃 타임을 보며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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