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의 영화 칼럼] 좋은 인생은 그저 그 순간을 즐기는 것

 

인생을 살아가보면 잘 되는 일도 생기고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늘 잘 되는 일이 생길 때만 생각하고 만약 잘 풀리지가 않는 일이 생긴다면 우리들의 인생이 잘못되었고 자신의 인생은 불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생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있어야 인생이고 꼭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잘 사는 인생인 것은 아니다. 마치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왜 우린 저런 삶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지금 우리 인생이 영화가 될 수가 있고 우리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를 12년동안의 세월을 통한 주제이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성과 현심감이 조화를 이루는 듯한 영화. 바로 그런 인생이 영화가 되고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영화 <보이후드>다.

 

텍사스에 사는 6살 남자 아이 "메이슨"은 누나 "사만다"와 엄마와 셋이서 함께 살고 있다. 메이슨의 부모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 상태이다. 그렇게 셋이서 살고 있을 때, 엄마는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휴스턴 대학에 다니고 이사를 가게 된다. 아빠와는 떨어져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아빠가 와서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 볼링장 등 데리고 다니며 함께 주말을 보낸다. 이런 아빠의 모습에 엄마는 아빠가 주말마다 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느꼈고 둘은 재결합하지 않는다.

 

어느 날 메이슨이 엄마를 따라 휴스턴 대학에 갔을 때, 엄마가 그 대학의 교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게 되고 결국 둘은 나중에 결혼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교수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살았지만 3년 뒤 교수는 알코올 중독에 걸리고 엄마는 그런 교수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낸다. 결국은 엄마는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집을 나오게 된다.

 

아예 새로운 삶을 살게 되어 엄마는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녀가 바라던 대학 교수가 되었고 생활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메이슨은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이슨은 여자친구도 사귀고 사진작가라는 진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던 중, 엄마는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되지만 이마저 남편이 알콜 중독자가 되어 이혼하게 된다. 메이슨은 어느덧 고등학생을 지나 어른이 되었고 엄마의 품을 떠나 대학에 가서 새 친구들을 만난다.

 

실제로 이 <보이후드> 영화는 배우들이 12년동안 찍으면서 실제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현실감 있고 성숙함이 더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또한 실제로 12년동안 촬영을 해서 다큐멘터리 같지만 진짜 극영화로 나왔기 때문에 마치 이런 평범한 삶의 모습도 영화가 될 수 있으니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영화가 될 수 있고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이 날 때까지 아주 큰 사건 사고가 없이 그저 평범한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영화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느낌은 받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런 큰 사건 없이 물 흐르듯 전개되니 더 안심이 되는 듯했다. 이렇게 우리의 삶도 크게 특별한 일이 없다고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고 삶이 불행하고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좋지 않고 풀리지 않은 일들이 많았지만 아무 탈 없이 메이슨은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다. 또한 엄마가 메이슨이 엄마의 품을 떠나 대학에 갈 때 엄마는 그 후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며 큰 허무함과 허전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저 우리들의 인생에서의 한 순간이고 그런 엄마도 이제 또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우리가 그런 시간을 어떻게 마음대로 만들고 조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가지고 그 순간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힘들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서의 한 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마음이 좀 더 여유롭고 평안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간 메이슨이 새친구들과 함께 하이킹을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들이 느끼는 그런 일들과 시간이 아주 작게 느껴지는 계곡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사람들은 스스로 순간을 붙잡는다고 생각해. 사실은 시간이 우리의 순간을 붙잡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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