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영의 교육 칼럼] 발표시간에 손을 든다는 것은

어렸을 때는 발표하는 것 이 두렵지 않았다. 내가 아는 내용이라면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이 일수, 서로 하겠다며 손을 들고 다투기까지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차즘 발표의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자원해서 손드는 아이들은 한 반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중학교는 어땠을까? 너무 당연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고서는, 정말 발표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굳이 손을 들지 않는다. 나 역시 손을 들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발표 참여를 권하시지 않는다면 굳이 손을 드는 편이 아니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발표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각 학교의 분위기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은근히 발표와 멀어졌으며,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질문하기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과연 무엇이 우리의 발표를 눈치 보게 만들었을까?

 

 

사실, 모든 학생들이 발표에 눈치를 보며 하기 싫어서 미루거나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학생들이 발표에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든다는 느낌을 나는 매년 받고 있다. 특히나, 온라인 수업에서의 발표나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침묵은 수업의 매끄러운 진행에 방해물이 된다. 직접 대면하여 눈을 쳐다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발표를 부담스러워했던 학생이라면 발표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반 전체가 침묵하는 상황에서는 선생님도, 같은 반 학생들도 서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고는 한다.

 

학생들이 발표에 나서지 않게 되는 것은, 단순히 중고등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형성되어온 현상이라고 한다. 브런치(글쓰기 플랫폼)에서 교육 관련 이야기를 연재하시는 생각글책님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아이들의 발표에 관한 칼럼에서는 학생들의 발표 감소 원인을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은 ‘발표’를 부담스러운 행동으로 인식하고 성장한다. 생각 글 책님이 생각하신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발표를 꺼리는 이유는 1, 아이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 2, 혹시나 내가 말한 내용이 틀렸을 때의 부끄러움 3, 또래집단을 벗어나는 행동으로써의 부담감이라고 아이들이 판단하여 큰 부담감을 가진다"라고 하였다.1 

 

맞는 말이다. 선생님이 분석하신 초등학생 아이들이 발표를 거부하는 이유는, 고등학생인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경험에 빗대어 생각하면, 내게 초등학생, 중학생 때에도 그랬지만 억지로 하게 된 수학 문제풀이를 틀렸던 경험은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였다. 내가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표를 자원하지 않았는 데에도, 번호순으로 내가 발표에 걸려버렸다. 태도 점수로 문제풀이가 반영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수학 문제 풀이에 자신이 없었고, 그때 그 문제의 답 조차도 제대로 내보지 못한 채 칠판 앞에 서게 되었다. 이처럼 학교의 수행평가 역시 발표 형태를 활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솔직히 말해서 평가자체는 당연하게도 학생의 자의가 아니다. 평가를 위해서 형식적으로 하는 발표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준비과정도, 발표하는 당일까지도 즐겁지 않다. 이를 통하여 발표는 또 한 번 학생들에게 어려운 존재로 인식된다. 이 때문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들만 해당 과목의 발표에 매번 참여하되, 대부분의 학생은 선생님이 적막을 깨고 질문을 하실 때에만 답한다.

 

 

나는 ‘발표’가 자신이 배운 부분을 확인하고 말로 의견을 표현하며 다시한번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발표는 이렇게 눈치를 보면서 도전해야되는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혼잣말 하듯이 자신의 생각을 뱉어내면 되는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학교의 분위기 역시 누군가 발표 할 떄 경청을 하는 분위기를 띄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연스럽게 손을 들고 일어나지 않아도 혼잣말 보다는 조금 더 큰소리로 발표를 한 뒤 계속해서 그 의견에 대한 친구의 피드백을 듣거나 보충설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발표할 때 굳이 발표자에게 엄청난 관심과 시선을 주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의견을 최소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용기가 많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교가 즐거운 배움터라면 정말 좋겠지만, 현재의 고등학생인 나의 관점으로는 학교는 철저히 경쟁사회였다. 모두가 고등학교 1학년부터 또는 더 빨리 ‘대입’이라는 목표를 보고 달려간다. 따라서 학습 태도 또한 학생 평가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학교 수업에서 발표는, 현재 참여도를 나타내며 학생들의 태도 상황으로서 생활기록부에 기록 될 수 있기에, 학생들은 마음이 딱히 내키지 않더라도 발표에 참여하는 것을 의의로 두며 정작 질 좋은 발표내용을 만드는 것에서는 조금 멀어지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과는 다르게도 나는 발표를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은 없다고 본다. 그저 얼마나 선생님이 던진 질문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답하며 자신의 의견이 어느 정도 드러났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보다는 열린 답안의 질문을 좋아하는 편인데, 내 생각을 더 자유롭게 눈치 보이지 않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가 어렵다면 나처럼 답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자신의 생각을 묻는 발표에 먼저 도전하라. 한번 자신의 의견에 공감을 받는다면 다음에 또 하고 싶어질 수 있다. 또는 하루 발표 횟수를 정 헤보라. 오늘은 7교시이니까 한교 시당 한 번씩, 4번만 해보자!라고 각오를 하는 것 도 좋은 방법이다.

 

교실은 발표를 주목하기보다는 학습도구로, 발표자는 부담을 가지기보다는 발표를 자신의 주장을 띄는 대화정도 생각하며 듣는 이들도 보고 있지만 말고 반응이나 중간 질문 등, 물 흐르듯 편안하게 발표를 이끌어주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수업 분위기의 변화로 인하여 모든 이들이 발표를 자유롭게 대화하듯이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각주

1.인용:브런치, 생각글책님 "고학년이 될수록 발표하지 않는 이유" https://brunch.co.kr/@booklover09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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