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의 시사 칼럼] 한국 서브컬쳐가 나아가야 할 길

세계적인 오타쿠게임 열풍과 한국 게임사들의 대응, 서브컬쳐의 잠재력과 부작용

우리사회는 필자가 느끼기에 유독 주류문화에 거스르지 않고자 하고 대세에 휩쓸리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 튀는 것이 두려워 선뜻 손을 들지 못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글에서 후술할 '서브컬쳐'는 흔히 '오타쿠'라고 불리는 집단을 가르키지만, 그 의미는 주류 문화의 주변에 위치하는 소수만의 문화를 뜻한다. 이러한 소수의 문화가 가지는 잠재력을 '서브컬쳐'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요즈음 전세계 모바일 게임시장은 각종 미소녀게임과 모에화 게임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그 기반에는 2020년 9월 출시한 멀티플랫폼 게임 '원신'과 경마 모에화 게임 '우마무스메'가 있다. 원신은 수백만의 게임 유저가 직접 뽑은 올해의 게임 2위에 등극하였고, 출시한지 6개월만에 매출 1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최단기 10억달러 매출을 돌파한 게임으로 기록되었다.1 일본에서 출시한 경마 모에화 게임 '우마무스메'역시 주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참신한 컨셉으로 게임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러한 서브컬쳐계 게임들의 흥행에 따라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이 양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 대표 게임회사 넥슨에서는 '카운터사이드'라는 한국형 미소녀게임을 출시하여 전세계적인 미소녀게임흥행에 대응하고 있다. 또 다른 한국 게임회사 '넷게임즈'또한 미소녀 게임 '블루아카이브'를 일본에서 출시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게임즈에서 '우마무스메'를 공식 퍼블리싱해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고, 기존 국내에 존재하던 서브컬쳐게임이 부진을 극복하고 pc방 게임순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한국에서도 서브컬쳐가 가지는 영향력이 건재함을 드러냈다.

 

서브컬쳐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미연시 등을 떠올리고는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라이트노벨/만화 시장이 출판되는 도서의 상당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수준높은 애니메이션들을 생산해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을 지나치게 아이들만의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그러한 인식이 자리잡은 상태라서 특별한 변화 없이는 다양한 서브컬쳐 장르들이 일본처럼 대중화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한국에서 서브컬쳐는 그야말로 '주변의 문화'이다. 앞서 한국에서도 서브컬쳐가 가지는 영향력이 건재하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서브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는 의미보다는 적은 수의 소비자들의 마니아적인 취향을 잘 파고든 게임사들의 셀링포인트에 그만큼 돈을 많이 지불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서브컬쳐의 인식도 좋지 못하다. 넷상에서 서브컬쳐를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혐오표현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학교에서 라이트노벨을 읽던 중학생이 선생님의 공개적인 얼차려를 받아 수치심에 투신자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서브컬쳐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시사한다. 이외에도 한국형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크라우드 펀딩을 받은 제작사가 제작도중 펀딩금액을 가지고 잠적한 사건, 라이트노벨의 정식번역 발매가 중간에 끊기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등 한국 서브컬쳐는 순탄치 못 한 길을 걸어왔다.

 

 

다음 사진은 '비주얼 노벨'이라는 형식의 게임이다. 흔히 미연시라고 불리는 컨텐츠와 흡사하며 다소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를 대화 위주로 서술해 나가며, 시각적인 효과들이 추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과 같은 원작에 그 매체를 감상한 소비자들이 직접 2차 창작을 하고 그것을 코미케라는 행사에서 공유혹은 판매하는 시스템이 활성화 되어 있다. 비주얼노벨의 특성상 제작하는데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아 4~5인 서클이면 충분히 어느 정도 비주얼노벨의 구색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덕분에 매체가 일방향적으로 끝나지 않고 독자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서브컬쳐는 소비자들 특유의 컨텐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기반으로 컨텐츠의 다양성을 증폭 시켜준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대중적인것과 다른 것을 즐기는 집단 자체를 꺼리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서브컬쳐가 발전할 수 있다면, 서브컬쳐 강국 일본과 최근 다양한 고퀄리티 서브컬쳐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중국과의 활발한 문화적 교류를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 경향게임즈 2021년 3월 25일자 인터넷 신문 "‘원신’, 최단기간 매출 10억 달러 돌파 ‘금자탑’" 참고, (http://www.khga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765)

2) 디스이즈게임 2021년 3월 10일자 인터넷 신문 "‘메난민’ 사태,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참고, (https://www.thisisgame.com/webzine/special/nboard/12/?n=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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