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진의 독서/교육 칼럼] 변화된 교육으로 성장을 증명하라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고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은 후 가장 먼저 질문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배경인 웰튼 아카데미가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생의 대다수가 명문 대학으로 진학하는 웰튼은 오직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 또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한 채 대학을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공부한다.

 

많은 이들이 입시 제도와 교육에 의문을 가졌으나 아직 변화를 맞지 못한 우리 사회와 달리, 웰튼은 새로운 국어 교사인 존 키팅의 색다른 교육 방식을 통해 변화의 씨앗을 일궈 낸다. 삶의 목적이 시와 미, 낭만, 사랑이라고 가르치는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그의 수업에 깊은 감명을 받은 닐과 친구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 클럽을 만들어 시를 읊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아버지의 명령을 한 번도 거부한 적 없이 공부만 하던 닐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디션을 봐서 배역을 얻어 연극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등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닐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닐의 전학을 결정한다. 더 이상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 닐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학교는 키팅 선생에게 모든 책임을 물기 위해 ‘죽은 시인의 사회’ 클럽 멤버들에게 키팅의 부적절한 교육 방식을 인정하는 서명을 하게 한다. 결국 키팅은 학교를 떠나지만, 학교의 다른 선생님이 그의 수업 방식을 흉내 내고, 너무 소심해서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지 못했던 토드가 키팅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책상 위로 올라가는 등 웰튼에는 더 큰 변화의 조짐이 움튼다.

 

이런 웰튼 아카데미의 모습은 놀랍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도 시험과 대학 진학만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재능이 있거나 비교적 어릴 때부터 다른 분야에 몰두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에게 공부 외에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의 길이라고 가르치는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한다.

 

한국의 대표적 교육 양상으로 여겨지는 ‘주입식 교육’은 학생의 흥미, 의욕, 능력, 이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정한 소정의 교육 내용을 학생에게 주입 시키는 교수법이다.1 말하자면 일방통행적인 교육법인데, 이런 주입식 교육은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장은 자기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며 스스로 사고하는 데서 온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학습의 소통’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생의 성장, 나아가 나라의 발전을 위해 주입식 교육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학생과 책, 교사 상호 간의 소통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예시는 하브루타 수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브루타는 친구를 의미하는 히브리어인 하베르에서 유래한 용어로, 학생들끼리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 방법이다. 나이와 성별, 계급에 차이를 두지 않고 두 명씩 짝을 지어 공부하며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방식인데, 이때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소통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층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므로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법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2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사고하기보다는 문제집과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한 부분을 암기하며 공부해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렇게 자기 주도적으로 토론하고 소통하는 수업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학생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헤맬 때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소통하며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교육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답은 정해져 있지만, 실로 부끄러운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사회는 학생들 스스로 교육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미래를 꿈꿀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학생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수동적 학습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능동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키팅 선생의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인해 성장한 이들이 나온다. 소심하고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지 못했던 토드는 가장 먼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책상 위에 올라가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행동으로 강한 주관과 의지를 내비쳤다. 늘 아버지의 의견에 순종하며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던 닐 역시 연극을 함으로써 처음으로 선택을 경험한다. 웰튼의 또 다른 교사인 맥카리스터도 키팅의 교육 방식을 흉내 내며 참여형 수업을 하는 등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교육의 목적은 ‘성장’이다. 나와 다른 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며 스스로 학습의 목적을 고민하는 교육이 주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미래를 꿈꾸고 성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42991&cid=40942&categoryId=31723

2.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6491&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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