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진의 시사 칼럼] 혐오와 차별은 다르다는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

 

 

웹툰 ‘치즈인더트랩’에서는 동성 커플이 나오는데, 댓글창에는 동성애가 병이라는 말이 떠돈다. 운전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 이를 질책하기 위해 사용된 ‘일급 장애인 같은’ 이라는 혐오 표현에 대해서, 영상을 본 수십 만의 사람들 중 누구도 잘못됨을 말하지 않는다. 잘못된 표현을 놀림과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늘 잘못됨을 지적하는 사람이 ‘틀딱’, ‘꼰대’라며 지탄받는다. 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할까.

 

동성애가 병이라는 웹툰 댓글에 반박의 글을 단 적이 있다. 바로 욕을 먹었다. 동성애를 싫어하는 것도 자신의 자유인데 왜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하냐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만약 옳고 그름이나 선악의 문제처럼 충분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의 댓글을 달았다면, 나는 저런 의견도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가 병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의견이다. 그 속에는 분명한 형태의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 개인의 의견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하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장애’를 비하와 질책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고,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인 중에서도 ‘장애’라는 단어를 어떤 사람에 대한 비난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듣지만 않으면 되지” 라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입장이나 여타의 견해, 국적이나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이나 여타의 신분과 같은 모든 유형의 차별로부터 벗어나서,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1

 

위 글은 세계인권선언 제 1, 2조의 내용이다. 선언의 전문에 나올 만큼 중요하고, 또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차별하여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다. 이런 당연한 말들이 ‘꼰대’니 ‘틀딱’이니 하는 말들로 지탄받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에서 차별과 혐오가 드러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되돌아 봐야 한다. 이렇듯 배려와 존중, 성찰을 위한 개인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이면 혐오와 차별을 없애는 커다란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각주

1.인용,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20340&cid=47336&categoryId=47336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