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드림의 사회학 칼럼] 모든과 어떤

‘모든’과 ‘어떤’이 생략된 명제 사용의 위험성과 방지책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참, 거짓을 분명하게 판별할 수 있는 문장, 명제를 자주 사용합니다. 나는 너보다 키가 커, 에베레스트산은 세상에서 가장 높아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제들은 사람들끼리 사는 데 있어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는 ‘흑인이 백인보다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 여성은 남성보다 뇌의 수리적 사고 영역이 덜 발달해 있어 등’의 명제들 또한 존재하고 이러한 명제들은 특정 계층, 인종, 성별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든’과 ‘어떤’을 생각하는 것의 위험성은 뉴스 기사들의 제목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물단지로 추락한 文 대통령 대선공약’을 살펴보겠습니다.1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이행되지 않은 일부의 대선 공약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제목만 보면 ‘모든’ 대선 공약을 불이행한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특히 정치면에서 이러한 제목의 사용은 국민 간 정치적 대립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특정 인물에 대한 극단적 ‘호불호’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야 대립이 심화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이러한 자극적이고 조회 수를 끌어들이려는 의도의 기사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교수 재량 아니면 무대책?"..기말고사 앞둔 대학생들 분통’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기말고사 앞둔 대학생들’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모든 대학이 비대면 기말고사에 대책 없이 일관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정말로 문제가 있는 해당 대학들은 인터뷰 자막에 조그맣게 표시하여 정말로 문제가 있는 학교가 어디인지는 소극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2 물론 특정 대학을 제목으로 언급하는 것은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조금 껄끄러울 수 있겠지만 ‘일부 대학 또는 ‘어떤 ’대학이라고 표기하지 않은 것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로 ‘성폭력 피해자에 "남성 혐오 심한 것 아니냐?" 묻는 의사’를 살펴보겠습니다.3 기사의 실제 내용은 일부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의 의사들이 상담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것이지만 제목에서는 ‘의사’라는 다수의 사람을 포함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모든’ 혹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성범죄에 대한 부적절한 생각과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을 독자에게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특정 지원 기관’의 ‘특정 의사’가 특정 발언을 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기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의사‘A 씨’, 또는 ‘어떤’ 의사 등의 정확한 표현을 통해 일반화를 피할 수 있는 제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우리 사회 속 환자들이 의사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함으로써 진료와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상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의사들과 정부의 대립과 관련하여 의사집단과 일반 시민 집단과의 사회적 대립의 촉매제로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신축 아파트가 불패인 이유’는 모든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가는 느낌을 주어 사회 초년생, 투자 초보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4, '이언주, 김두관 직격.."어느 국민이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나"’는 ‘어떤~도 ~하지 않다’ 즉 이중 부정을 이용하여 ‘모든’ 국민이 특정 장관을 응원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합니다.5 이러한 내용도 맨 처음 언급한 기사 제목처럼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과 대립을 격화시킬 위험성이 있는 제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점 아니었어?" 피부에 난 점, 알고 보니 암(癌)’은 지금까지의 기사 제목과는 다르게 ‘모든’과 ‘어떤’의 문제에 있어서 쉽사리 판단하기는 힘든 제목입니다.6 ‘피부에 난 점’이 알고 보니 ‘암’이라는 제목은 읽는 사람이 점이 새로 생길 때마다 과도한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공포심이 암 조기 발견을 끌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건강식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등의 부적절한 의도가 없다면 어느 정도의 ‘모든’과 ‘어떤’의 생략은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이라는 표현이 사용 가능한 뉴스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7  ‘에어팟 프로 끼면 귀 염증? 커널형 이어폰 요주의’는 실제로 ‘모든’ 커널형 이어폰이 외이도염이나 금속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으며 내용의 근거로 이비인후과 전문의, 실제 피해 사례를 언급하였으므로 ‘모든’이란 표현은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우리는 동양인, 일반고 재학생, 남자, 평택 거주자 등 다수가 포함된 집단을 의미하는 말이 포함된 명제를 사용할 때 1.‘모든’과 ‘어떤’의 생략을 지양할 뿐 아니라 2. ‘모든’과 ‘어떤’의 의미 또한 명확하게 인지함으로써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명제의 사용을 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1. 에 대한 이유는 뉴스 기사 제목의 사례들로 충분하다고 보이므로 이후의 글에선 2. 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한국 학생 수학·과학 성적 국제 2~4위..자신감·흥미 '꼴찌'’는 통계 자료 조사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객관적인 뉴스이며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8  하지만 이 경우에는 독자의 사고방식과 관련되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세계 꼴찌라는 제목과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모든 한국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도치 않은 생각을 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50%의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있음에도 다른 나라들의 조사 결과에 의해 세계 꼴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면 우리나라 학생 중 공부에 흥미나 자신감이 없는 학생의 대략적 비율을 강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을 못해, 동양인은 흑인보다 신체 능력이 부족해’라는 말들은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사실일 수 있으나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대체로 수학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모든 각각의 여성들이 수학을 못 한다는 것을 나타내지는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표현들이 수학에 흥미가 있거나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면서 자신감과 확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9  동양인 또한 ‘제레미 린’처럼 충분히 좋은 운동능력을 갖추고 ‘NBA’에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집단을 판단하는 표현은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ex ‘전체적인 연구 결과를 고려했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수학적인 능력이 부족하지만, 그것은 모든 여성이 남성보다 수학을 못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네가 이미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너의 수학적 능력이 부족할 확률은 매우 낮고, 만약 뇌의 기능적 부분이 평범한 사람보다 부족하다고 해도 너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이 칼럼이 사회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모든’과 ‘어떤’의 바람직하지 않은 생략의 빈도를 줄임으로써(특히 뉴스 기사에서) 사회 집단, 계층 간 분열을 완화하고 개인을 고정관념의 굴레에서 해방시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뉴스 기사 선정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밝히며 이와 관련된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021년도 뉴스 기사는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각주

1.인용 : https://v.kakao.com/v/20201201000024550
2.인용 : https://v.kakao.com/v/20201201053114645
3.인용 : https://v.kakao.com/v/20201201082803128
4.인용 : https://brunch.co.kr/@kenes/19
5.인용 : https://v.kakao.com/v/20201201085320791
6.인용 : https://v.kakao.com/v/20201212123028280
7.인용 : https://v.kakao.com/v/20201201100104942
8.인용 : https://v.kakao.com/v/20201208180007873
9.참고 : 사회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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