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독서 칼럼] 기억 너머의 전생

 

정신, 뇌, 사고방식, 지 각, 지능, 생각한다, 지식, 개념적, 생각

 

이 소설은 베르베르의 소설, <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두 책 모두 주인공의 머릿속의 과거(책:기억)나 미래(책:잠)의 조력자가 나타나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 우리는 인생의 1/3가량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내지만 정작 잠이 어떻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는 무심한 편이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 순간순간 기억을 축적해가고 있지만, 기억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매일 우리가 축적해온 기록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위의 내용은 충분히 이 책을 읽을 계기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했기에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매일 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경신되는 새로운 기록을 정리하고 되 돌봐야 할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르네는 친한 동료인 엘로디와 함께 오팔이라는 최면사의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라는 공연을 보러 간다. 르네는 피험자로 선택되어 심층 기억으로 내려가는 무의식 최면(퇴행 최면이라고도 나온다.)을 통해 자신의 111번째 과거의 삶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르네는 이폴리트 펠리시에라는 프랑스 상병이 되어 마리냐노 전투에 참여하는 과거의 자신이 되어 전쟁의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커다란 충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집으로 가는 길에 칼로 자신을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는 스킨헤드와의 육탄전 중 그를 죽이게 된다. 르네는 과거의 자신, 이폴리트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폭력적인 과거의 모습이 드러나려는 것을 느끼고 오팔을 찾아가고 오팔은 그 기억을 덮을 새로운 최면을 쓰게 된다. 르네는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인생을 사는 노부인 레옹틴 드 빌랑브뤼즈 백작부인과 노예 제노의 과거를 살 게 된다. 그의 능력은 그 사람 안에서 그의 체험하는 것을 넘어서 그의 과거를 지켜보는 것, 또 다른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는 경지까지 이르게 된다.

 

르네는 마지막에 1번 방에서 1만2천 년 전 태평양 한가운데에 존재한 섬, 아틀란티스에 사는 게브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모든 사고를 아틀란티스에 전념하게 되고 학생들에게 자신이 알아낸 과거의 이야기와 아틀란티스를 들려주다 반발에 못 이겨 결국 직장에 사표를 낸다. 사표를 낸 후 엘로디와 함께 점심을 먹던 중 르네가 스킨헤드 노숙자를 죽였다는 것을 본 목격자가 나타났고 그는 경찰서로 연행된다. 직장 동료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엘로디는 이런 르네를 위해 그가 오팔의 최면에 사로잡혀있던 와중에 저지른 것이라 하며 그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하지만 마르셀 프루스트 정신병원은 르네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비인간적인 전기 고문으로 그의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한다. 그는 111번째 문에 있는 과거 상좌부 불교 중의 도움을 받아 고문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이폴리트를 현재 자신의 머릿속으로 불러내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우리의 인생에 전생이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쓰인 책이라 전생의 자신과 소통이 가능한 주인공이 나온다. 우리에게 전생이 심층 기억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과거의 우리로부터 영향을 받아 특정적인 것들을 싫어한다는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학습을 마친 우리이기에 정말 '나'의 본성이 무엇일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로 생각한다. 기억만이 그 정보를 날 것 그대로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기억의 주인은 분명 우리 자신이지만 사실은 기억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 기억 또한 끊임없이 나의 일상에 들어와 영향을 미친다. 그 기억이 우리의 모습을 열심히 조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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