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독서 칼럼] 하루 중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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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달려가는 현대사회의 압축된 시간 속을 살아가는 우리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요즘 따라 시간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시간과 함께 압축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회는 우리에게 더 빨리 달려야 한다며 끊임없이 압력을 주고 있지만, 감정은 시간과 함께 압축돼주지 않기에 마음에 결핍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바쁘게 살아가며 쉴 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식사 시간, 잠자는 시간 정도이다.  깨어있는 시간만 고려한다면 식사 시간이 우리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부드러운 양상추> 이 책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가 삶 속에서 경험 식사의 즐거움이 잘 녹아난 글이다. 책을 읽는 동안 식사 시간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부드러운 양상추>라는 제목의 어감이 좋고 상당히 신선하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부드러운 양상추>라는 제목은 벤자민 바니 이야기의 피터가 텃밭에 들어가 느끼게 되는 텃밭 속의 신선함과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책은 에쿠니 가오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한 내용인데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주부이며 소설가이다. 자두, 바나나 등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의 날짜를 계산하여 가장 환상적인 맛이 나는 시기에 그 과일을 먹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상당히 진심인 모습이다.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는 작은 관심으로 냉장고 속 과일이 익는 시기를 메모로 작성하는 작가는 분명  식사의 즐거움을 아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의 식사를 기록하거나 여행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때의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특한 비유법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오늘은 작가의 음식 이야기 중에서 김 도시락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과거의 기억을 꺼내 김 도시락을 만든 작가는 계란 스크램블과 김을 밥과 함께 넣어 도시락을 만든다. 만든 도시락을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눅눅해졌을 때 도시락을 꺼내 먹는데 그 기다림에서 여유와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요리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사람은 결과물을 볼 수 없는 과제에 당면할 때 가장 막막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경우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몰라 헤메거나 무기력해져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격려와 잘 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란 힘든 게 당연하다.  그럴 때 오늘 하루도 고생한 자신을 위해 한 끼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직접 식자재를 키우거나 장을 보는 것도 좋지만 냉장고 속 재료를 털어내어 만든 간단한 김치볶음밥, 계란 간장 밥이라도 좋다. 혼자 뒤처지는 것 같고 멈춰있는 것 같아 불안할 때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낸 한 끼의 식사라는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은 당신의 마음과 몸을 모두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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