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의 법률 칼럼] 법이 아닌 (악)법

 

악법은 법일까? 나는 악법이 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테네의 소크라테스가 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겼는지 궁금했고, 이것은 변호사를 꿈으로 삼은 나의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였다. 우선 소크라테스의 입에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려면 아테네의 정치이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아테네는 민주주의가 꽃핀 시기로 유명하다. 아테네의 시민(노예, 여성을 제외한 남성)들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고, 아테네의 시민들은 재판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누구나 기소장을 작성할 수 있었고, 재판부마다 500명으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재판의 결과를 다수결로 정했다. 그만큼 아테네에는 민주주의가 널리 퍼져있었다. 이렇게 민주적으로 모든 절차를 완성했는데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아테네)의 철학자이다. 그는 매우 많은 질문을 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것도 이것과 관련 있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정치가, 유명인들에게 질문 공세를 통해 그들의 바닥이 드러나게 했고, 이것으로 소크라테스는 여러 지식인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반감을 품은 자들로부터 기소됐고, 재판이 열렸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탈출을 권하는 제자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아테네를 떠나지 않은 것은 아테네의 체제에 동의했다는 뜻이며, 설령 그 체제가 나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할지라도 나는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아마 이것이 "악법도 법이다."라는 뜻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다. 

 

소크라테스는 평소 "무지한 다수보다는 현명한 소수가 낫다."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바탕인 아테네에서 다소 위험한 발언일 수 있었지만, 그는 철학자답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이때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과한 민주주의가 언젠가 아테네를 무너뜨리는 독이 될 거야."라고 예상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무지한 다수보다는 현명한 소수가 낫다."는 식의 발언을 계속해 온 것이고, 사형 선고를 받은 그 날 자신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으로 보여줬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죽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의 주장은 굽히지 않은 진정한 철학자였다고 나는 느꼈다. 

 

어떤 친구가 악법은 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악법은 왜 법이 아니야?" . 내가 답했다. "사람을 부정의하게 대할 우려가 있으니까.".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법이 부정의하게 사람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은 나는 이해할 수 없었고, 실제로 그런 법은 법의 가치를 잃으리라 생각했다. 아테네에서는 500명의 시민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증거의 중요성보다는 얼마나 동정심에 호소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됐다. 한 사람에게 공정하게 재판받을 기회를 빼앗고, 무엇보다 인권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 아테네는 민주주의가 꽃핀 중요한 시대였지만, 과하게 민주주의를 적용한 탓에 재판에서의 중요한 원칙 등(증거재판주의 등)은 제외됐고, 그것이 악법의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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