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독서 칼럼] 일상 속 특별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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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는 생일 선물로 친구에게 받은 책이다. 선물을 준 이유가 조금 웃긴 게 대관람차가 돌아가는 반짝거리는 무지개색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서커스 나이트>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거로 보아 놀이공원이나 서커스 천막을 배경으로 한 밝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사야카가 자신의 옛 연인 이치로를 만나면서 겪는 일들이 나와 있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이한데 서커스처럼 낯설고 이색적이면서도 일상 속의 따뜻함과 익숙함이 느껴지며 사야카라는 인물이 실제로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두 사람은 과거 연인이었을 당시 사야카는 발리에서 일본으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고 이치로 네가 관리하는 신사에 머물게 된다. 이치로의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피해 여성을 찾으러 온 가족들과의 충돌이 일어난다. 이치로의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을 사야카가 자신의 손을 희생하면서까지 반항하여 상황은 마무리가 된다. 이치로의 가족은 이치로의 어머니를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지만 사야카는 감사의 눈초리보다는 두려움의 눈초리를 더 많이 받게 된다. 피해 여성의 남편이 결박해놓은 수갑을 뼈를 부러뜨리면서까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그런 행동이 사람들의 눈에는 독하고 무서워 보였던 것이다. 연인 이치로마저 그녀를 대단한 여성이라며 농담만 건넬 뿐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그 뒤 사야카는 결국 자신이 불청객이라 느껴지는 어색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과 신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초리에 못 이겨 이치로를 떠난다. 두 사람은 이치로 형의 뼈를 매개체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교훈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인생은 서커스처럼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있다는 것이나 분명 일상공간과 영웅이나 주인공들이 아닌데 사실은 그 사람들 모두 특별한 인연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야카만 해도 제 3자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만 사실은 정령의 나라, 발리에서 자라나 사물의 기억과 분위기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고 소중한 이가 위험에 처한 상태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 연인 형의 뼈를 매개체로 다시 재회하게 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과연 추측해낼 수 있을까? 우리 주변 사람들은 각각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둘 품에 간직하고 있다. 나는 아마 지구촌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을 모은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아름다운 한 편의 이야기가 탄생할 거로 생각한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또한 당신과 다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거다. 우리 인생은  텔레비전, 웹 소설 속 인물보다 흥미롭다. 무엇보다 온기가 느껴지고 생동감이 넘친다. 입이 떡 벌어지는 상상 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때로는 견디기 힘든 슬픔이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잘 살펴보라. 해가 쨍쨍한 대낮에 볼 때는 그저 평범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듯한 사람도 사실 마음속에는 신비로운 서커스를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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