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흐르는 마음을 바라 볼 용기가 있다면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을 읽고 1

일본 문학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그 매력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선뜻 이야기하기 어렵다. 겉은 정적이지만 그 내면에 격렬한 소용돌이가 느껴진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적지 않은 일본 문학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접점이다. 이러한 주관적으로 바라본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자 일본 대표적 작가들의 문학을 읽는데 배움의 즐거움을 솔솔 느낀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일본의 대표적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의 책 속에 담긴 그의 귀족적인 모습은 그의 작품으로 먼저 손을 뻗게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유학파로 일본에 신문명을 전파한 지성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초창기 작품, ‘나는 고양이로 소이다’는 1인칭 관점은 그가 서양에서 접한 새로운 관점이 그의 작품에 등장한 것이다. 어쩌면 일본이 새 시대를 맞는 과정에서 새롭고 신선한 문학의 맛을 경험하게 한 작가였기에 더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것만이 그의 저력을 설명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그의 작품을 읽어 내며 인간의 내면을 이야기하는데 너무 자연스러움을 느낀다. 그의 작품을 읽으며 작품 속의 주인공이 내가 되기도 하고 주변의 인물이 내가 되기도 했다. 그 상황에 있는 여러 성격의 나는 다양한 내면의 세계로 서로 다른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의 초기 문학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 소이다’ 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면 그의 후기 문학은 개인의 자아에 집중하는 듯하다. 특히 ‘마음’은 나쓰메 소세끼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만큼 작품 속, 선생님의 내면을 자유롭게 운전한다.

 

보일 듯, 말 듯 선명하지 않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선을 넘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은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한다. 수줍은 듯하지만 요동치는 그의 내면은 작품에 더 집중하게 했다. 그의 사진을 보며 느꼈던 정적이지만 강한 인상은 이와 상충하다. 실제 그는 일본에 서양의 새로운 문학을 도입하는데 실천했던 작가로 당시 일본에서 접할 수 없었던 형식을 자신의 문학에서 보여주는 데 신뢰감을 느낀다. 또한, 작품에서 흐르는 인물의 정서는 엄마의 고깃국과 같이 농도가 짙다. 이것으로 작가에 대한 신뢰가 더욱더 깊어졌다. 이러다 보니 점점 작가의 삶이 궁금해지고 그의 삶을 이해한 후 작품을  만났을 때 그 작품 속에서 그를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다수의 작품 중 삶의 후기에 완성한 ‘마음’이 대표적이다.

 

일본인을 연상하면 볼 빨간 여인이 유카타를 입고 수줍어하며 조심스럽게 상대를 응시하는 모습이 나에게 있다.  자신의 마음을 보이는 데 익숙하지 않고 매사 조심스러운 일본인들의 심성과 유사하다.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에 나타난 인물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읽는 동안 호기심을 지속해서 자극하고 작품에 집중하는데 인물들의 감추어진 내면이 일조한다. 그래서 그 행동에 또 한 번 집중하게 되고 긴장감도 느꼈다. 물론, 등장인물 중, 선생님의 마지막 고백으로 그 궁금증을 해소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고 명백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남기려 했던 것일까?' 선생님의 고백은 조심스러웠고 그는 마음을 완벽히 표현하기보다 남겨진 이들의  몫으로 돌려주는 듯했다. 작가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완벽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어 그래서 누구의 마음도 시원하게 표현하기 힘들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에 한 번 더 집중하여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한 번 더 강렬하게 경험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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