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영의 독서/법률 칼럼] 원칙을 따르되, 융통성 있게 판결하라

나는 종종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사고에 대한 뉴스 기사를 찾아보는 시간을 보내곤 한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사건들에 대한 동영상과 뉴스 기사들을 찾아보았었는데 그러던 중 나는 우리나라의 형법과 다른 나라의 형법의 처벌 수위는 꽤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형법이 어떤 배경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했던 나는 조선의 학자 정약용이 쓴 법률 연구서 <흠흠신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의 헌법 보호 아래에 살아간다. 헌법은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또한 국가 기관의 조직과 작용의 원리를 정하기도 하는 최고의 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헌법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법인 걸까? 우리나라 헌법의 시작점을 알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세워진 최초의 나라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지급의 헌법과 가장 유사하면서도 헌법이 만들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친 법은 바로 조선의 법이다. <흠흠신서>는 조선의 학자 정약용이 이러한 조선의 법 중에서도 형법에 관해 연구한 법률 연구서이다.

 

 

정약용은 당시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는 목인관들을 위해 조선의 법과 중국의 법 각각이 가진 특색과 이가 잘 드러나는 사건·사고들을 적절히 골라내어 <흠흠신서>를 썼다.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범죄 사건은 마을마다 항상 일어나는데도 당시에 그 재판을 책임지던 목민관들은 재물에만 욕심을 부릴 뿐 간사한 아전들에게 사건·사고를 맡겨 법률에 맡게 형벌을 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목민관들이 이 <흠흠신서>를 읽으며 일을 처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흠흠신서>에 담아낸 것이다. <흠흠신서>는 사건을 접수하고 판단하고, 기록하며 증거로 삼고, 마침내 사건을 처리하고 판결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1 또한, 형법의 종류와 조선의 법이 가진 특징별로 책을 나누어 분리해 놓았기 때문에 당시의 목민관들이 직인에 적절한 형벌을 내리고 재판을 처리하는 데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흠흠신서>는 그 어떤 재판이 벌어졌을 때라도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라는 정약용의 예민정신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담아낸 법률 연구서라고 알 수 있다.1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진법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1948년에 첫 헌법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총 9번 개정하였으며 현재 우리에게 사용되고 있는 헌법은 1987년에 9번째로 개정된 헌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헌법 속에도 조선의 법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헌법 제250조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을 살해한 사람에게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을 죽인 사람보다 더욱 가증된 처벌을 내린다. 이를 조선 시대에 일어난 유사한 사건과 대비해 보면 의붓아들 배종남이 곡식을 조금만 준다는 이유로 아버지 박호상을 가슴에서 피가 날 정도로 때리자 친아들 박봉 손이 배종남을 말리던 도중 그를 죽여버린 사건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이때 정조 임금이 내린 판결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정조는 아버지를 때린 배종남을 죽인 사건에 대해 조선의 통치 이념인 유교 사상에 따라 피의자 박봉 손이 한 일은 사람으로서 마땅하게 해야 할 일이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조선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아 그 뜻을 백성에게 널리 알려 유교 윤리를 퍼뜨리기 위한 많은 정책을 펼쳤다. 위 사건에서 박봉손은 이러한 유교 이념에 따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기 때문에 백성에게 유교 이념을 널리 알려야 할 임금으로서는 이를 죄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사람들이 아닌 지금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어떨까? 아마 많은 사람은 정조의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친아들이 화가 나 저지른 사건이라 하더라도 아버지는 상해를 입었을 뿐 죽지는 않았으나 배종남은 그 길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건너버렸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의 판결은 정당했지만, 현대의 우리나라에서는 공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바뀌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범죄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 지금을 삶아가는 사람들의 뒤바뀐 가치관에 맞춰진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형법에도 반영되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처벌 기중과 형량은 '솜방망이 처벌' 이라는 별명이 붙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과학 기술과 매체의 발달 등에 따라 계속해서 높아지는 범죄 수위에 따른 적절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법관은 공정한 판결을 내려 정의를 실현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판결로 피의자가 형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형법을 포함한 모든 법이 현실과 이치에 맞는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정약용의 <흠흠신서>대로 범죄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더 이상의 억울한 국민이 없기를 바란다.

 

1. 참고 도서정보: <흠흠신서- 그 누구도 억울함이 없게 하라>  파란클래식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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