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진의 독서 칼럼] 인간은 실격되는가

‘인간 실격’을 읽고

 

 

내가 읽었던 모든 책 중, 읽고 나서 가장 불쾌했던 책 1위를 꼽자면, 단언컨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다. 다자이 오사무 작품 특유의 찝찝함 때문인지, 아니면 내용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읽고 나서 한동안 우울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자이 오사무의 문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라, 나는 그 불쾌감을 감수하고서 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 아마 앞으로도 두세 번은 더 읽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로 책을 읽은 후 조금 간격을 두고 한 번 더 읽었는데, 읽었을 때의 느낌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사고가 달라져서인지,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주인공 요조에게 더욱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이런 요조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잘생긴 얼굴과 영리한 머리로 모두에게 사랑받지만,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그는 인간의 가식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요조는 인간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하며 광대 짓을 하는 등 똑같이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어린 시절의 사자탈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방황하며 여자들의 기둥서방 역할을 하고, 연인과 동반 자살하려다 혼자만 살아남는다.

 

나는 요조의 연인 중 하나였던 요시코의 순수와 신뢰에 감탄하면서도, 그녀가 겁탈당하는 것은 모른 척하는 요조의 모습에서 그가 그토록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위선을 보았다. 결국 요조는 술과 마약, 여자에 중독되어 정신병원에 갇히고,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렇다면 인간이 되기 위해, 실격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나는 ‘선함’이 그 답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은 매체에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사람을 보고 ‘인간도 아니다. 사람이 아니다.’ 등의 말을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양상이 ‘선함’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다른 생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요건 또한 선함이다. 다른 동물과 식물 등에는 ‘선하다’라는 개념이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조는 인간 실격이 맞다. 사실 선함의 기준은 모호하고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선의 기준으로 봤을 때 요조는 ‘선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 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책에 나오는 현자처럼 매사에 선을 추구하고 악을 처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을 지향해야 한다.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유토피아는 어디까지나 픽션이기 때문에 실현이 어려울 수 있으나, 우리는 디스토피아가 인류의 미래가 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극단적 표현으로 ‘인간이 아니다, 인간 실격이다’라고 했지만 사실 인간이 선을 잃으면 인류의 미래가 악에 의해 저해되는 건 사실이다. 선의 지향과 악의 지양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유토피아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