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사회 칼럼] 약자는 선한가

최근 심리학 책에서 언더도그마 라는 용어를 접했다. 이 용어를 처음 봤을 때 난 이 언더도그마라는 말이 심리학에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닐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되어 보이는 여러 현상들을 유튜브를 비롯한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언더도그마가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요즘 매체를 보면 열에 아홉은 강자를 악하게, 약자를 선하게 묘사한다. 이를 보며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힘의 차이를 근거로 타인의 선악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과학에서는 언더도그마(underdogma)라고 부른다.  여기서 언더도그마가 긍정적인 일인지 부정적인 일인지 의문이 생기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것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언더도그마는 의심의 여지없이 부정적인 일이다.1 이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언더도그마가 아무런 근거 없이 선한 강자를 악자로 규정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악한 약자를 선한 자로 규정하여 본인에게 피해를 가게 하는 등 이성을 배제하고 감정에만 의존한 비합리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비합리적 사회에서 강자는 돈이 많고 힘이 있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차별과 모욕을 받게 되고 정신에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약자는 아무리 악한 일을 하더라도 그저 약하다는 이유로 용서되는 등 윤리적으로 강자에 비해 허용 범위가 넓어지는 역차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진정한 문제는 대부분 사회의 절대 다수가 본인을 약자로 여기거나, 실제 약자라는 데에서 발생한다. 국민 대부분은 본인을 약자라고 규정하기에 (그리고 일부는 실제로 그러기에)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허용하는 윤리적 범위는 보다 넓어지고 부자와 권력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배척이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그러한 감정은 일부 교활한 정치인들의 이용 수단이 되어 포퓰리즘이나 파시즘 같은 정치 사상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언더도그마에 의해 사회가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2

 

 

두 번째 이유는 언더도그마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 모욕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점에 있다.  약자가 선할 것 이라는 생각은 약자에 대한 동정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공감에서 이루어지는 동정이 아닌 선입견과 고정관년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동정이기 때문에 대부분 약자보다 자신이 우월적 위치에 있다는 이기적인 착각 하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은 약자를 인격체로 대우하기보다는 구경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약자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동정받는 대상이 상대의 동정을 알아차리게 될 경우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재인식하게 되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더도그마는 우리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일부일 수 있겠지만 의식적인 주의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감정이 약자에 대한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며 사회적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각주

1.참고: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hunge9789&logNo=221368925385
2.참고: http://www.redian.org/archive/13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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