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선생님의 마음을 말하다

-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을 읽고 3 -

나쓰메 소세끼의 ‘마음’을 무리가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몫이 크다. 먼저 화자인 ‘나’를 통하여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전이시킨 것이 신의 한 수다. 여기에 마지막까지 선생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꼭꼭 숨기며 독자들의 시선을 끝까지 모으는 데 무리가 없었다. 나 역시 물이 흘러가듯 마지막 장까지  자연스럽게 읽어 갈 수 있었다. 보일 듯 말듯 어렴풋이 가려진 것을 보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최대한 자극한 영특한 소설인 것 같다. 아마도 나쓰메 소세끼는 인간의 마음을 꽤 많이 생각하고 그 자신도 실제 많은 경험을 했던 거 같다. 마치 ‘마음’의 선생님처럼.

 

 

선생님이 나(화자)에게 쓴 편지에는 꽁꽁 감추었던 선생님의 과거가 물풍선이 터져 물을 뿜어내듯 드러난다. 소설 ‘마음’은 선생님의 편지로 인간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을 선생님을 통하여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비밀스러운 선생님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으로 집중하게 한다. 선생님이 경험한 마음으로 인간의 부끄러운 마음을 가공 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평생 부끄럽게 생각한 선생님의 마음은 오히려 인간의 내면을 꾸밈없이 고백하는 듯하여 오히려 선생님에게 인간미를 작가에게 신뢰감을 느끼게 했다. 나(화자)와 마음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는 록 선생님에게 마음의 상처가 깊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 선생님에게는 치유되지 못한 마음의 상처로 그 삶에 병이 깊어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편지 속에서 선생님은 그가 경험한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인간을 경멸하지만 자기 또한 그들과 같이 불신을 주었던 행위를 고백한다. 완벽해 보인 선생님이 가졌던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 선생님의 마음에서 벗어나 보편적 인간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선생님은 배신과 혐오의 연속으로 불안한 삶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 친척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후 염세적인 시각을 갖게 된 선생님은 자신은 그와 다른 도덕적인 인간이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위해 도덕적인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그때부터 자괴감에 시달렸다.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과 행동을 취소하고 싶었던 것일까 봐 그는   타인에게 잘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속죄와 구원을 바라지만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 내면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사랑’의 숭고함을 지켜내려 한다. 부인의 삶에 오점 하나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이미 자신의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의 그 마음에 대해 속죄하고 다시 순결해지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것은 ‘나는 그녀에 대해 거의 신앙에 가까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종교에만 쓰는 이 단어를 내가 젊은 여성에게 쓰는 것을 보고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가씨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가씨에 대해서 생각하면 고결한 기분이 금방이라도 나에게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에서 선생님의 그 마음이 나타난다. 선생님이 사랑을 대하는 마음은 절대자에게 고백하고 그 고결함을 바르는 마음, 마치 백지에 미세한 티끌 하나 묻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이 마음은 K의 마음과 연결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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