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윤의 시사 칼럼] 밈을 통한 문화의 변화, 비상이다

 

 

인터넷 밈이란 "인터넷에서 이미지, 동영상, 해시태그, 유행어 등의 형태로 급속도로 확산되어 사회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은 소셜 아이디어, 활동, 트렌드 등을 일컫는 말"1이다. 최근 유행 중인 '비상이다' 밈이 후자의 현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상이다' 밈은 한 인터넷 카페의 글로부터 발생한 밈으로, 본인을 눈물이 많다는 뜻의 '수도꼭지' 라고 지칭하며 '택시 기사님이 좋은 하루 보내래... 비상이다' 라고 말하며 글과 함께 이른바 눈물 셀카를 함께 첨부한 것이 밈의 시작이 되었다. 해당 밈은 감동을 유발하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화나 글 등을 보면 '비상이다...' 라고 댓글을 달거나 글을 올리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2

 

단순히 눈물이 많다는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비상이다' 밈은 눈물이 많고 마음이 여린 것을 약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한층 완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한국에서 남자로 태어났다면 눈물을 보일 만한 상황에도 꼭 한 번은 들어 봤다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 혼나다 우는 아이에게 꼭 주어지는 '뭘 잘했다고 울어?' 등의 언어 습관에서 엿볼 수 있다시피, 한국 사회는 자연적인 감정으로부터 일어나는 눈물이라는 현상을 다소 부정적이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감동적인 영화나 책을 접하고 우는 사람에겐 '울보', '지질이' 등의 별명을 붙여가며 놀리는 문화 또한 눈물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 준다. 이러한 사회 모습은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억눌러야 하는 조직적인 구조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겐 세세한 감정 표현이 어색하고 낯설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상이다' 밈의 시작이 된 게시글이 인기를 타고 밈화되면서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조금 완화되는 중이다. 감동적이거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글에 '비상이다' 라고 리플을 달면 그 네 글자만으로 본인이 감동을 받았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고, '비상이다' 라는 말은 밈화되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전처럼 이러한 감정 표현을 '지질하다' 거나 '울보' 라고 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밈 덕분에 약하다고 여겨지는 감정인 감동과 그로 인한 눈물에 대한 표현에 들이밀어지는 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조금이나마 풀어진 것이다. 

 

'비상이다' 밈은 감동을 느끼는 데에 대한 표현과 눈물에 대해 다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를 마음껏 표현하기에 다소 어려운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를 재치있는 밈을 통해 연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밈이라고 말하면 우선 다소 가볍고 오직 유머만을 위해 만들어진 유행어와 같이 여겨지기 때문에 인터넷 밈이라 함은 오로지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선 '비상이다' 밈과 같은 사례로 보았을 때, 어떤 밈은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고 그로 인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비상이다' 밈을 통해 우리가 연약하다고 여겨지는 감정을 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다양한 밈을 통해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기존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거부감 없이 사회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밈은 단순히 유머 코드에 그치지 않으며, 때로는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밈을 단순히 유머 코드로 여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하는 밈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까지 집중하여 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게 사용된 밈은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각주

1.인용:terms.naver.com/entry.naver?docId=5141806&cid=42346&categoryId=42346
2.참고 :https://cafe.daum.net/ok1221/9Zdf/2187458?svc=cafe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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