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쓰메 소세끼의 '그후'를 읽고-

요즘, 나쓰메 소세끼의 문학에 빠진 나는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를 채워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작품으로 인간의 본성과 성격, 그에 따른 다양한 삶을 조금씩 보는데 스스로 성숙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된다. 물론 내가 이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 삶의 경험으로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느껴보게 되는데 앞으로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또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문화적 특성과 통합하여 바라보는 역량을 키우는데 그의 작품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그의 작품이다. 이러한 마음에 또다시 그의 작품 ‘그 후’를 선택했다.

 

일본의 독자적인 문학적 특색을 바랐던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는 그의 전기 문학 중 하나다. 남녀의 삼각관계를 통하여 주인공이 처음의 모습으로부터 점차 달라져 가는 내용을 그린 전근대 배경의 장편 소설이다. 이와 함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지식인들, 위선적인 지식인들에 대한 풍자가 여기에 있다.

 

다이스케가 그의 친구 히라오카 쓰네지로를 3년 만에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1900년대 지방에서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대학교육까지 마친 지식인이다. 히라오카는 다이스케의 학창 시절 절친한 친구로, 다이스케의 소개(친구의 여동생)로 미치요와 결혼한다. 히라오카 는 그의 방탕함으로 어려워았져서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한다. 반면 다이스케의 경우, 그는 고학력으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렵지 않지만, 본가의 경제적 지원으로 자기세계에서 사는 것에 익숙하다.

 

 

 

다이스케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돈을 위한 수단이 되는 일은 그 본질을 침해한다는 신념에 그는 오직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며 그 세계로 살아가는데 그는 아마 융통성 없고 경직된 사람인 듯하다. 히라오카는 다이스케와 달리 삶에 적응하는데 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인물로 성공이라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자기희생적인 모습이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취업에 실패하면서 점점 가정에 소홀해지는 등, 기울어져 가는 그의 삶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젊은이들의 힘겨운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데 다이스케가 히라오카에게 소개한 미치요다. 다이스케는 미치요를 사랑하지만 히라오카와 미치요와의 결혼을 주도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던 하라오카는 생활고를 겪으며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가정을 지켜낼 여력조차 없어진다. 이 과정을 함께한 미치요의 몸과 마음도 심약해 져간다. 힘들어하는 미치요를 지켜보았던 다이스케는 손을 내밀고 미치요와 다이스케는 사랑하지만, 불륜으로 도덕적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이스케는 미치요로 인해 아버지를 이겨내고 형과 형수의 관문을 뛰어넘은 다음 친구인 히라오카와 만나 아내와의 관계를 인정해 주기를 요구하며 현실과 직접 마주한다. 그리고 자연의 흐름으로 살던 그가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그 삶을 선택해 간다. 자기의 선택과 결정으로 책임이 주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그는 현실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일까. 그런데도 이 소설은 왠지 해피엔딩이라 하기에 모호하다.  열린 결말은 행복하게만 바라 볼 수 없다. 삶은 살아가는 과정으로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처럼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 각자의 몫이니 그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만들어 가라는 나쓰메 소세끼의 메시지 같았다.

 

자신이 누렸던 삶을 뒤로하고 자신이 선택한 독립된 삶을 위해 나서는 그의 모습이 왠지 위태롭다.  독립이라 것은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삶을 살펴볼 때, 그동안 그 자세가 의존적이고 회피적이라 생각한다. 다이스케가 그 삶을 책임지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껴 보았을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그는 안이한 무위 도식적 사고를 했다는데 한 표를 던지며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갈 것인지 앞으로의 삶에 진지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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