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채의 사회 칼럼] 수능 시험은 과연 공정한 제도인가

 

한 해의 막바지로 접어드는 지금, 2022학년도 수능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수능은 우리나라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대학입시의 상징과도 같은 관문이다. 현재 수시와 정시로 대입 지원 방식이 다르고, (여기서 수시는 학생부 전형, 논술 등을 의미하고, 정시는 수능 성적, 실기 등을 의미한다)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수많은 전형이 존재함에도 수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능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져서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현 수능 체제는 학생들을 9등급으로 나누고 영어와 제2외국어는 절대평가로, 나머지 과목은 상대평가로 실시한다.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더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여러 학생이 선망하는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표준화된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수능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것만큼 공정하다는 시험이 없을 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시험 당일이 되면 국가의 많은 시스템이 수능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진행되고, 심지어는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까지 통제되기도 한다. 또한 모든 학생이 똑같은 날짜와 시간에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고, 동일하게 12년간의 공교육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은 수능이 공정한 시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수능 시험을 과연 정말 공정한 시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능력주의의 폐단을 이야기하며 미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우리나라의 수능시험 격인 미국에서의 대입을 위한 시험 ‘SAT’의 점수가 가정의 소득별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비판한다.

 

“SAT는 수학능력이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타고난 지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반대로 SAT 점수는 응시자 집안의 부와 매우 연관도가 높다. 소득 사다리의 단이 하나씩 높아질수록, SAT 평균점수는 올라간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의 점수를 보면 이 격차가 특히 크다. 부잣집(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출신으로 1,600점 만점에 1,400점 이상 기록할 가능성은 다섯에 하나다. 가난한 집(연소득 2만 달러 이하) 출신은 그 가능성이 오십에 하나다. 또한 고득점자들은 그 부모가 대학 학위 소지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공정하다는 착각/259p/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이 사례는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만약 모든 학생이 수능 시험만으로 대학을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학생들 간 교육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대도시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단순하게는 사교육의 질부터, 더 나아가서는 학교의 수준이나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차이까지 격차는 벌어진다. 

 

여기, 한 가지 사례를 들어 보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다. 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크게 성공한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데, 만약 환경이 다른 두 친구가 똑같이 어려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것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한 친구는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각종 정보를 얻기도 힘든 상황이다. 반면 다른 친구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며 부모님의 각종 지원 아래 공부를 하며, 동일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군인 부모님 덕분에 시험에 대한 정보도 충분한 편이다. 이렇게 두 상황과 조건 자체가 다른 경우에 우리는 이 시험을 공정하다고 평가내릴 수 있을까? 두 사람 다 좋은 점수라는 결과를 받았지만, 결과와 달리 과정도 공정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수능 시험의 공정성과 정시 확대에 대한 인식에 대해 교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농어촌 지역의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수능 시험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수치로 판단할 수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보다는 오히려 더 공정할 것”, “1등 스타 강사들이 많은 대치동 등 유명 학원가만 더욱 번성하지 않을까?”,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운 학교는 수능이 오히려 더 공정”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물론 이 말들이 전부 정답일 수는 없다. 또, 어떤 제도에 대해 사람들의 입장이 상반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부터 과정까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입시 제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학생들이 인생 처음으로 맛보는 합격과 불합격의 기로, 대학 입시의 과정과 결과는 그 무엇보다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