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하의 독서 칼럼] 기다림, 크리스마스, 어린왕자

달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11월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어김없이 달력을 넘겨보다 2021년 달력이 겨우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기대되기도 한다. 그런데 2022년도 기대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2021년 연말 행사 들을 기대하게 됐다. 실제로 나 말고도 꽤 많은 사람이 12월에 있는 크리스마스 등의 각종 연말 행사 들을 앞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난 얼마 남지 않은 2021년을 기다림으로 채워보려고 한다.

 

 

가장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첫눈이다. 서울에서도 그렇고 우리 지역에서도 첫눈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 손끝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느끼거나 내가 직접 첫눈을 보는 등 첫눈을 내 눈으로 못 봤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는 아직 첫눈을 기다리는 중이다. 내가 첫눈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겨울방학도 기다리고 있으며, 겨울방학과 함께 시작되는 크리스마스도 기대된다. 이처럼,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을 기다리는 것은 기대감을 준다. 나 또한 11월 중순부터 트리를 만들고 집에 있던 장식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장식을 하고 있는데, 매해 크리스마스 한 달쯤 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어릴 적 나는 부모님께서 트리를 만들자고 하시면 그때 싱글벙글 웃으며 꺼내온 재료로 트리를 예쁘게 장식했다. 키가 작아서 별을 꼭대기에 못 올리는 탓에 아빠가 대신 달아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낡아서 그 트리는 버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새 트리들로 자발적으로 집을 장식하곤 한다. 이렇게 트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렌다. 그런데, 사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이 더 설렜던 것 같다. 그런 기다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린 시절 내가 자주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도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의 이야기가 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와주는 게 더 좋아.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4시가 가까워져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그리고 4시가 다 되었을 때 난 흥분해서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 거야. 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그렇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난 몇 시에 맞춰 내 마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어린 왕자 中(출판사 비룡소, 2005, p.93)

 

나도 아무 때나 만나는 것도 좋지만, 언제 어디서 만나자며 약속을 정해놓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면 왠지 별것 아닌 일에도 들뜬 마음이 든다. 그리고 여행을 갈 때도 정작 여행을 떠나는 당일보다 여행을 가기로 하고 여행 가서 뭐 할지, 뭐 살지, 뭘 먹을지, 등을 기대하는 것이 더 신난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기다린다는 것은 절대 지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것은 희망이다. 어떤 것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그것을 생각하며 희망을 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러 가지 것들을 기다린다. 내 자가격리가 끝나는 것과 코로나 19가 끝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크를 벗거나, 여행가거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그 날이다. 그리고 이 기다림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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