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채의 사회 칼럼] 해외원조는 의무인가

요즘 생활과 윤리 수업 시간에 해외 원조 이론에 대해 배우고 있다. 그 중 해외 원조를 자선의 개념이라고 보는 입장과 인류의 의무라고 보는 입장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해외 원조를 의무라고 보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의견 간 열띤 토론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해외원조는 의무인가? 라는 주제에 대해 필자의 입장을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해외원조의 입장은 자선의 관점에서 보는 것과 의무의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노직은 해외원조를 개인의 자율적 선택의 문제라고 보았다. 노직은 자유지상주의 사상가로, 개인의 소득을 개인이 어떤 식으로 이용할 것인지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원조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보았다. 반면, 해외 원조가 의무라고 주장하는 싱어는 공리주의적 관점을 가진 사상가이다. 싱어는 인류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하고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해외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싱어는 이익 평등의 고려원칙을 주장하며 국적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해외원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롤스 또한 해외 원조가 의무라고 주장하는데, 롤스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나 정치체제로 고통받는 사회를 질서 정연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해외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롤스는 빈곤으로 고통받는 국가의 정치를 개선해 주는 등 정치적인 방법을 주장하였는데, 가난하지만 질서정연한 국가일 경우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필자는 이중 싱어와 롤스의 입장에 조금 더 가까운 편이다. 해외원조는 세계화 시대에 그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고, 지구촌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로써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윤리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1950년대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으며 온 나라가 폐허로 변해 많은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1945년 광복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 액수는 1백27억 달러로,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백억 달러, 70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1 과연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지 않았다면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국제 사회로부터 국가 재건을 위한 많은 지원을 받아왔고, 이제는 그 도움을 돌려줄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였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제적으로 받은 지원을 다른 나라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롤스가 주장하는 정치적 방법에서의 원조가 오늘날 많은 빈곤국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경우 정치 부패인식지수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원조를 아무리 해 주어도 정치가 부패하면 빈곤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독재나 착취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렇게 지원을 받은 국가가 롤스식의 표현대로 질서정연한 국가가 된다면 스스로 일어설 힘을 갖추게 된 것이지 않을까? 무조건 자원이나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국민들과 국가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빈곤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식의 지원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외 원조를 할 바에는 국내에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부자 나라라도 빈곤층이 없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라도 노숙자는 있을 것이다.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도 빈민가는 존재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해외 원조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국제 사회의 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 국내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타당하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자국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결국 지구 공동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해외 원조는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인 도움은 국가 간 꼭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해외 원조는 인간의 윤리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 지구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본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인용):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679617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